문화·스포츠

[김승열의 Golf&Law]트럼프와 아베의 골프외교가 부러운 이유

골프는 정치·외교에서도 오랜 키워드로

건전한 스포츠와 사교도구 자리매김 기대

'부정' 지우고 '교류'의 미덕 살렸으면

사치·접대 걷어내는 자정노력 지속해야

최근 아베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회담이 화제가 됐다. 두 사람 다 골프광이라 회담 선물도 드라이버와 골프용품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45분 예정이었던 회담 시간이 90분으로 길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트럼프는 핸디캡이 2.8로 알려져 역대로 가장 골프 실력이 뛰어난 미국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 같다. 드라이버 샷 거리는 280야드 정도가 된다고 한다. 보기 플레이어 수준의 아베 총리는 골프장 회원권을 여러 개 보유할 정도로 골프를 즐긴다. 아베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외무상과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의 골프회동은 유명하다. 이 회동을 하고 3년 후에 미·일 안보조약이 체결됐기 때문이다.

미국 대통령은 대부분 골프를 즐겼고 케네디 대통령은 그중에서 골프 실력이 가장 좋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빌 클린턴의 경우 12살 때 캐디 아르바이트로 골프를 접했으며 멀리건을 자주 사용해 ‘빌리건’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현 오바마 대통령 역시 2014년 한 해 동안 54회의 라운드를 한 골프광이다. 골프규칙에는 엄격하다고 한다. 골프를 즐긴 대통령이 재선에도 성공하고 나아가 후세의 평판도 오히려 좋았다는 분석이 나와 흥미롭다. 골프가 격무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을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골프를 사랑한 정치인은 이 밖에도 많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이름이 기억되는 미국의 태프트 대통령은 거구이기 때문에 건강상 골프를 즐길 수밖에 없다는 이유로 평일 오후뿐 아니라 선거유세 중에도 골프를 즐겼는데 결국 재선에 실패한 일화를 남겼다. 11차례나 자리를 지킨 프랑스의 브리앙 총리는 민감한 시기에 영국의 로이드 조지 총리에게 골프를 배우는 장면이 논란이 돼 사임했다. 최근 뉴질랜드의 존키 총리는 골프를 더 즐기기 위해 사임한다고 말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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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골프는 아름다움이고 경쟁이며, 무엇보다도 골프장에서는 서로가 멋진 사람들로만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깊이 공감한다. 라운드를 하는 순간만큼은 가식을 버리고 무장해제된 상태로 돌아간다. 모두가 멋진 자연 속에서 동반자와 함께 천진난만한 마음으로 돌아가 아름답고 소중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골프가 정치·외교의 키워드 중 하나가 된 것은 오래 전 일이다. 개인들 사이에서도 스포츠와 건전한 교류의 도구가 돼왔다. 하지만 골프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다. 안타깝지만 과거의 구태가 빌미를 제공한 결과다. 이제는 상황이 바뀌었다. 골프가 올림픽 정식종목이 됐고 일명 ‘김영란법’ 시행으로 골프가 더 이상 부정한 접대의 중심이 될 수 없다. 사치도 많이 줄었다. 골퍼 각자와 골프계 전체의 꾸준한 ‘비정상의 정상화’ 노력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편견 없이 골프의 미덕을 느끼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법무법인 양헌 온라인리걸센터 대표변호사·KAIST 겸직교수

박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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