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새공연] 20년만에 뜬 ‘서울의 달’...향수 느껴지지만 공감은 '글쎄'

뮤지컬 '서울의 달'

1990년대 인기 드라마 무대로 옮겨

방대한 분량 짜임새 있게 녹여냈지만

캐릭터·스토리 재구성엔 아쉬움 남아



20년 만에 무대에 뜬 ‘그 달’은 정겹긴했지만, 속이 꽉 찬 보름달이 되기엔 아쉬움이 많았다. 1990년대 인기 동명 드라마를 원작으로 만든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서울의 달’은 82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을 비교적 짜임새 있게 2시간의 공연 안에 녹여낸 반면 진부한 캐릭터나 설정으로 2016년을 사는 관객에게 큰 공감을 주진 못했다.

‘태어난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순박한 청년 춘섭과 ‘그 이상을 원한다’는 야망으로 똘똘 뭉친 홍식. 두 사람을 중심으로 전개된 원작과 달리 뮤지컬은 무게중심을 홍식으로 좀 더 옮겨왔다. 철거 직전 달동네에 얹혀살며 여자를 꾀어 하루하루 살아가는 홍식은 ‘그릇된 욕망’의 표상이다. 다양한 인간군상으로 이야기를 펼쳐내기보다는 홍식을 중심으로 주요 사건을 응축하며 이야기를 깔끔하게 정리했다. 무대 한쪽에 뜬 커다란 달과 달동네를 묘사한 아날로그적인 무대, 세트를 대체하는 영상 배경 등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이점을 제대로 살린 설정이다.


아쉬운 점은 1994년도의 이야기를 거의 그대로 2016년에 가져오다 보니 일부 캐릭터나 스토리에는 쉽게 공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작진은 ‘20년 전 드라마 속 이야기를 현대에 맞게 가져온다’고 밝혔지만, 원작 속 캬바레가 ‘호스트바’로 바뀌고, 요즘 유행하는 대사 몇 마디가 들어간 정도다. 그만큼 ‘소시민에게 서울살이의 팍팍함은 변한 게 없다’는 의미일 수도 있겠지만, ‘삼시 세끼 잘 먹고 몸 누일 작은 집에 강아지 한 마리 있으면 족한다’며 5,000만 원 떼어먹은 친구를 쉽사리 용서하는 춘섭 캐릭터부터 호스트바에 난데 없이 등장하는 원작 속 중년 제비족, 치정으로 얽힌 비극적인 결말 등 뻔한 설정이나 현실에 맞지 않은 장치들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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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 대한 평가는 조합 별로 갈릴 듯하다. 서울시뮤지컬단 단원인 홍식 역의 허도영·춘섭 역의 이승재는 각각 더블캐스팅된 다른 배우 조합 대비 개막 전까지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오히려 안정적인 노래와 연기를 선보였다. 25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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