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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현 "서민 등치는 정말 나쁜 놈 역할 관객과 거리두려고 노력했죠"

영화 '마스터'서 희대 사기꾼 진현필役 맡아

‘티끌은 모아봐야 티끌’이라는 자조에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요즘이라지만 티끌조차 소중한 서민들의 등을 쳐서 조 단위의 사기를 벌이는 조현필과 그에게 로비를 받고 이것이 가능하도록 돕는 권력자들. 그리고 이들을 몽땅 잡아들이겠다는 ‘낭만 검사’의 추격전을 그린 ‘마스터’가 오는 21일 개봉한다. 현 시국을 연상케 하는 작품들이 잇달아 관객들은 찾는 가운데 ‘마스터’는 현실의 무게를 들어내고 경쾌함과 판타지를 입힌 액션 오락영화를 자청한다.

희대의 사기꾼 조현필 역을 맡은 배우 이병헌(46·사진)을 최근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현실과 비교당하는 것이 독이 된다고 판단했는지 그는 시종일관 ‘마스터’가 경쾌한 템포의 오락영화임을 강조했다. “‘내부자들’처럼 심각한 사회 고발 영화라면 현 시국에서 대놓고 현실과 비교당할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애초에 장르가 가볍고 경쾌한 액션 오락영화였고, 그 의도와 장르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는 “영화가 늘 현실을 뛰어넘는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영화를 뛰어넘는 최초의 현실만큼 극적이다”라며 “누구나 그렇겠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라고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 누구를, 그 무엇을 연기한다고 해도 ‘진짜’ 같은 이병헌. 자신에게 꼭 맞은 옷을 찾는 배우가 아닌 어떤 옷이든 스스로 재단하고 스타일링해서 자신의 옷으로 만든다는 평가는 과한 찬사가 아니었다. 그는 희대의 사기꾼 조현필 캐릭터를 완벽하게 구축해 냈으며, ‘나쁜 새끼’에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지 않도록 관객과 캐릭터 사이에 ‘거리 두기’에도 성공했다. “정말 나쁜 놈이고, 나쁜 짓을 하고도 자기 자신을 합리화하는 진현필에게 관객들이 감정이입을 하고 친근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돼죠. 경쾌한 영화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피식’하고 웃을 수 있도록 할 수도 있었고 더 웃길 수도 있었어요. 그런 템포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죠.” 또 진현필은 국내에서 사기를 치다가 수세에 몰리자 필리핀으로 밀항해 신분을 속이고 사기행각을 벌인다. 필리핀에서도 뛰어난 ‘사기 감각’을 보여주는 그를 표현하기 위해 필리핀식 영어도 치밀하게 준비했다. “영어를 미국인 수준으로 잘하는 친구가 필리핀에서 몇 년 사업을 하더니 알아 듣기 힘든 필리핀 영어를 하는 것을 봤어요. 자기 자신도 속일 수 있는 진현필이라면 필리핀에서 사기 칠 때도 현지화했을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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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반영과 영화를 계속해서 떼어놓던 그는 검찰이 진현필 장부를 손에 넣고 다소 망설이던 대사는 너무 현실적인 것 같다고 했다. “서민 등 처먹는 사기꾼을 도운 권력자들의 명단이 담긴 장부를 손에 넣고도 검찰이 ‘이제 수습은 어떻게 하나’라고 말하잖아요. 원칙과 상식대로라면 뭘 어떻게 해요, 수사해서 처벌해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런 고민을 하게 하는 사회가 참 그렇죠.”

제작진과 배우들은 사회 비판 작품이 아니라면 계속해서 현 시국과 선을 그었지만 그렇게 강조하지 않아도 영화는 충분히 현실 반영과는 거리가 먼 오락영화로 보인다. 현실 반영에 오락성까지 갖추고 제작비는 100억 원이 넘고, 이병헌·강동원·김우빈·진경 등 최고의 배우가 함께 한 작품인 까닭에 흥행 성공에 대한 기대감은 매우 높다. “영화 잘될 것 같죠”라고 묻자 이병헌은 “김칫국 마시지 말라고 하시는 거 아니죠”라며 “위축되고 불안한데 그런 모습 보이기 싫어서 오히려 더 자신감 있게 행동하게 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연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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