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대표 척도인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가 165%를 넘어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저금리 기조 속에 빚을 내서 집을 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가구 부채가 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위험성의 ‘척도’인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상환비율(DSR)은 26%대로 치솟아 많은 가계들이 원리금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165.4%로 지난해(159.3%)보다 6.1%포인트 급등했다. 비교 가능한 지난 2010년 이후 가장 높다. 가계가 1년 동안 벌어들인 돈에서 세금·보험료 등 의무지출을 빼고 남은 금액을 온전히 빚 갚는 데 써도 상당 부분(가처분소득의 65.4%)이 계속 부채로 남아 있다는 의미다.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와 산정방식이 다른 국제비교 기준 비율로 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70%로 비교 가능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22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았다. 1위는 덴마크로 284%였으며 2위는 네덜란드(277%), 3위는 노르웨이(222%)였다. 스웨덴(179%), 캐나다(175%)가 뒤를 이었다.
가계의 빚 상환 부담도 늘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은 26.6%로 지난해보다 2.6%포인트 올랐다. 통계가 있는 2010년 이후 최대다. 번 돈의 4분의1 이상을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으로 이는 구조적인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빚 갚는 것(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하는 가구도 70.1%에 이르렀다. 이 중 74.5%는 “소비와 저축·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가구당 평균 보유자산은 3억6,187만원으로 전년(3억4,685만원) 대비 4.3%(1,502만원) 증가했다. 평균 부채 역시 6,256만원에서 6,655만원으로 6.4%(399만원) 늘어났다. 부채 증가 폭은 2013년(7.5%) 이후 3년래 최대다.
전체 연령대 가구주의 부채가 늘어나기는 했지만 특히 40대 이하 가구주의 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40대 가구주 부채는 지난해 7,160만원에서 올해 8,017만원으로 12.0% 늘어 전체 연령대에서 가장 큰 폭의 상승률을 보였다.
부채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의 재무건전성은 악화됐다. DSR는 26.5%로 2.6%포인트 상승했다. DSR는 지난 2012년 17.2%에서 2014년 21.7%, 지난해 24%로 높아진 데 이어 올해는 26%도 훌쩍 넘겼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자산은 2억9,533만원으로 1년 전(2억8,429만원)에 비해 3.9%(1,104만원)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가구는 평균적으로 4,883만원을 벌었고 이 중 처분 가능한 소득은 4,022만원이었다. 2015년에 비해 각각 2.4% 증가한 수치다.
한편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 자산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심화하고 있는 추세다. 올해 소득 상위 40%의 자산 점유율은 66.8%로 전년(66.4%) 대비 0.4%포인트 증가했다. 반면 소득 하위 40%의 자산 점유율은 2015년 18.2%에서 2016년 17.7%로 0.5%포인트 줄어들었다. 이는 고소득층으로의 부의 쏠림 현상이 심화됐음을 의미한다./세종=임지훈기자 jhl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