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심각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우리나라와 산정방식이 다른 국제비교 기준 비율로 보면 2015년 현재 한국의 가계부채 비율은 170%로 비교 가능한 OECD 22개국 중 여섯 번째로 높았다. 1위는 덴마크로 284%였으며 2위는 네덜란드(277%), 3위는 노르웨이(222%)였다. 스웨덴(179%), 캐나다(175%)가 뒤를 이었다. 익명의 전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북유럽은 복지제도가 탄탄해 부채 비율이 높아도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며 “이를 제외하면 한국의 가계부채가 가장 취약한 편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2·4분기에는 이 비율이 174%까지 올라 캐나다를 바짝 뒤쫓았다. OECD 평균은 126%다. 정부는 ‘경제혁신3개년계획’을 통해 내년 말까지 155%로 낮추겠다고 발표했지만 사실상 공염불이 됐다.
보통의 경제라면 빚이 늘어나는 만큼 소득도 불어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도 제자리를 유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경기 부진으로 소득은 제자리인데 빚을 내 집을 사는 사람이 늘며 급등했다. 미국은 금융위기로 가계부채 조정이 진행돼 2007년 143%에서 지난해 111%로 오히려 줄었다.
가계의 빚 상환 부담도 늘고 있다. 가처분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비중은 26.6%로 지난해보다 2.6%포인트 올랐다. 통계가 있는 2010년 이후 최대다. 번 돈의 4분의1 이상을 빚 갚는 데 쓴다는 뜻으로 이는 구조적인 소비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빚 갚는 것(원리금 상환)이 부담스럽다고 토로하는 가구도 70.1%에 이르렀다. 이 중 74.5%는 “소비와 저축·투자를 줄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