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당내 다수파인 친박계가 사실상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카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보수여당의 분당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비주류 측에서는 추가 탈당까지 합하면 교섭단체구성 인원인 20명은 물론 최대 30~40명까지의 세력화도 가능하다고 보고 분당을 위한 실무 작업에 착수했다.
친박의 지원으로 지도부에 입성한 정우택 원내대표는 “2~3일 내로 유승민 의원이 비대위원장으로 적합한지 가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의총이 비주류 측의 최후통첩에 대한 친박계의 성토 분위기로 흐르면서 비박계는 ‘분당 사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황영철 의원은 이날 비주류 오찬 후 기자들과 만나 “사실상 친박 지도부에서 정 원내대표가 (유승민 카드를) 수용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이제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라며 “내일(21일) 오전 뜻을 함께할 의원들이 모여서 우리의 의견을 최종 결정할 것”이라고 배수진을 쳤다. 다만 분당의 핵심 열쇠를 쥔 유승민 의원은 정 원내대표가 2~3일 시간을 달라는 공식 입장을 밝힌 만큼 “(가부 여부를 밝히는) 그때까지는 기다려보겠다”고 말했다.
친박과 비박의 결별이 임박하면서 남은 관심은 얼마나 많은 의원이 김무성·유승민 의원 등과 함께 ‘분당선’에 올라탈 것인지에 모아진다. 유 의원은 이날 “탈당을 결심했다고 해도 결행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걸릴 수 있다. 20석 이상의 원내교섭단체를 만들려면 탈당 명단도 확정돼야 하는데 함께할 의원들을 설득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박계 재선인 유의동 의원은 “지금 봐선 20석은 훌쩍 넘는다”면서도 “다만 탈당이라는 게 절차가 있는 만큼 먼저 나가느냐 2차로 나가느냐의 차이는 있을 거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비주류 오찬 모임에 참석한 한 의원은 서울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구경북(TK) 등 일부 지역 인사는 현지 민심 때문에 여전히 탈당을 머뭇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비박계에서는 우선 기존 비상시국위원회의 수도권 인사 위주로 선도 탈당을 감행한 후 초재선과 중도 성향, 비주류 TK 의원들까지 끌어오면 최대 40명 안팎으로 구성된 정당 구성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내심 판단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화하면 보수여당에서 갈라져 나온 ‘비박당’은 원내 3당으로 부상하게 된다. 실제로 대표적인 중립 성향인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이날 “(비주류가 집단탈당하면) 나도 고심해봐야겠지”라고 말했다.
집단탈당 이후 기존의 여권 비주류로 구성된 새 정치세력은 ‘친박당’과는 비교하기 힘들 만큼 수월하게 정치적인 운신의 폭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TK를 중심으로 한 영남지역 바깥에서는 사망선고를 받은 친박과 달리 비주류 정당은 정의화 전 국회의장이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의 합리적 중도는 물론 야권의 비문(非文) 세력 및 국민의당과도 언제든지 합종연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