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한진해운 빠지니 운임 급등...머스크에만 좋은 일 시켰다

SCFI 1주일새 26포인트 올라

법정관리 직전 비교땐 38.3%↑

정부 정책 오류로 해운 상처 커







바닥을 모르고 급전직하하던 컨테이너 운임이 한진 사태 이후 급속하게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쟁사가 고꾸라질 때까지 운임을 후려치고 상대방이 퇴출되면 그에 따른 과실을 따먹겠다는 세계 1위 선사 머스크의 전략이 그대로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한진해운이 잃은 물량 대부분이 머스크와 MSC로 넘어간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한때 해운강국임을 자처했던 한국은 운임 상승에 따른 ‘승자의 잔치’을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글로벌 기업들이 치킨게임을 벌이는 와중에 정부 정책의 오류로 인한 상처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21일 상하이해운거래소에 따르면 대표적 컨테이너운임지수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16일 기준으로 직전주보다 26포인트 상승한 824를 기록했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전인 지난 8월 말의 596과 비교하면 무려 228포인트(38.3%)나 올랐다.

국적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주력인 미주 서안(西岸) 항로의 경우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운임이 1,608달러를 기록했고 미주 동안 운임도 1FEU당 2,627달러로 집계됐다. 두 노선 모두 직전 주와 비교하면 각각 16.4%와 12.3%가 올랐다.

컨테이너 운임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 한 차례 급등한 바 있다. 당시 전문가들은 물류대란에 따른 일시적 시황 회복이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실제로 한진사태 직전 500대 후반이었던 SCFI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 이후 800 가까이 급등했고 이후 다시 700 초반까지 꺾였다.

하지만 오히려 연말에 접어들면서 SCFI는 지난 10월께 885 수준까지 상승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인 해운운임 수준을 의미하는 SCFI가 1,500선을 넘었던 4~5년 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운임이 낮은 수준이지만 최근 한진해운이 해운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수급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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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근 현대상선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화주들 사이에서 운임 덤핑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운임이 추가적으로 급격하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

운임 상승에 따른 과실은 고스란히 해외선사들에 넘어갈 공산이 크다.

한진해운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CSCL과 대만 에버그린, 덴마크 머스크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2만355TEU(20피트 컨테이너 1개)의 선복을 미주노선에 투입해왔다. 하지만 법정관리로 영업이 무력화되면서 기존에 확보했던 화주(貨主)들이 대거 해외선사로 이탈했다.

글로벌 해상무역 데이터 공급 업체인 피어스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달 주간 평균으로 1년 전보다 35.7% 늘어난 3만890TEU를 처리했고 MSC는 무려 49.7% 늘어난 2만7,146TEU를 운반했다. 현대상선 물동량도 같은 기간 45% 늘어나기는 했지만 한진해운 물동량의 80% 가까이를 머스크와 MSC가 가져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물동량을 외국선사들에 빼앗긴 것도 모자라 수익성 개선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운임까지 오르는 것은 세계 7위,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을 공중분해시킨 한국으로서는 뼈아픈 상황이다.

업황개선 국면에서 글로벌 해운업계는 변방으로 전락한 한국을 제외한 초대형 선사 위주로 재편되고 결국 이들 선사가 안정적인 수익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치킨게임을 주도하는 머스크의 전략에 우리 정부가 그대로 넘어간 꼴”이라며 “글로벌 해운 시황이 회복된다 해도 이미 대형 화주들 사이에서는 한국 해운업에 대한 신뢰가 낮아져 단기간에 과거 수준으로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푸념했다.

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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