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상 최악 AI] 김현권 의원, 계란 수입?··“국내 원료용 계란시장 잠식 우려된다”



정부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N6)로 인한 계란 공급난 해소를 위해 계란 수입을 하겠다고 결정한 데 대해 이번 결정이 되레 국내 가공식품 원료용 계란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권 민주당 의원은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정부가 달걀 수입을 추진한다면 껍질이 붙어 있는 생달걀보다 껍질을 벗겨낸 액란 상태나 달걀 노른자위, 또는 1차 가공을 거친 달걀 등이 제과·제빵용, 가공식품 원료용으로 많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의 달걀 수입정책이 가공용 달걀 시장을 외국산에 내주는 계기가 돼서 계란농장에 큰 타격을 주지나 않을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관세청 무역통계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이탈리아, 중국, 미국 등지에서 ‘새의 알(껍질이 붙지 않은 것)과 알의 노른자위가 320톤, 95만3,000달러어치가 수입됐다. 이 품목의 수입단가는 대란 30알 기준 5,350원으로 국산 달걀과 비교해서 채산성이 있다는 게 김 의원의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AI 확진 판정을 받아 산란닭을 살처분한 세종시 보성농장은 제과·제빵용으로 달걀을 납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적잖은 계란 농장들이 생달걀과 가공용 원료 달걀 공급을 병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가공용 계란 시장이 외국산에 잠식될 경우 계란 농장들이 경영난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반면 일반 생달걀의 수입은 지속성이 떨어져 국내 계란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관세청 무역통계자료에 의하면 AI 발병 보고가 1월부터 11월까지 계속된 지난 2014년 6월부터 9월까지 미국산 계란이 10만4,000달러어치 4,694kg이 수입됐다. 이 계란은 수입단가가 대란 30알 기준 4만원에 달해 국산 계란값보다 6~7배가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에선 항공운송비 지원까지 얘기하고 있지만 미국산 생달걀의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아 일시적으로는 몰라도 지속 수입할 만한 유인이 없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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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김 의원은 전국을 초토화하고 있는 AI가 정부의 계란 수입 정책과 함께 계란 농장들의 도태를 앞당길 것이라고 밝혔다. 하림과 같은 계열 기업에 큰 이익을 안겨다 줄 것이란 지적이다. 현재 전체 육계 농가의 90%가량이 계열기업의 닭을 위탁 사육하고 사육비를 받고 있다.

김 의원은 하림 등 계열기업들이 살처분 보상금마저 챙겼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가 16일 국회에 보고한 자료에 따르면 살처분 보상금은 닭 소유주인 하림, 동우와 같은 계열 기업들에 주어지고, 계열기업들은 통상 받은 보상금 중 20% 정도를 농가들에 떼주고 있다. AI가 기승을 부려도 계열기업들은 거의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AI 파동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닭고기와 달걀 계열화 사업을 추진하는 대기업”이라며 “이제 이들 기업이 고통과 비용 일부를 부담하고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이미 실패한 방역에 얽매이기보다 이제 도태 위기에 몰린 닭·오리 농가들을 보살펴 이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충격을 최소화해야 한다”며 “지엽말단의 계란 수입 지원 정책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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