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오는 2021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된 새로운 보험회계기준 때문이다. 최근 국제회계기준의 제정기구인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Board)는 보험계약에 적용될 새로운 회계기준인 ‘국제회계기준(IFRS) 17’을 2017년 상반기 중에 확정하고 2021년부터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개정된 보험회계기준이 왜 보험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는지 그 이유에 대해 알아보기로 한다.
기초율 변화 재무제표에 반영
금리하락 따른 부채 증가 불가피...자본 더 쌓아야
최저이율보장 사라지고 변동금리상품 위주 재편
보험회사는 보험상품을 개발하기 위해서 보험료를 산출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기초율이라는 것을 책정한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의 경우 연령별 예상 사망위험률을 평가해야 예상되는 보험금 지급액을 산출할 수 있고 이를 기초로 납입보험료를 책정할 수 있다. 그리고 보험회사는 납입 받은 보험료를 투자해 이자수익을 올릴 수 있다. 예상되는 이자수익이 높으면 보험가입자의 납입 보험료를 낮출 수 있기 때문에 예상이자율 또한 기초율 산정에 영향을 미친다. 보험회사는 이러한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초율을 산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험료를 산출한다.
새로운 회계기준의 시행이 보험업계에 미칠 심각한 영향은 기초율의 변화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이자율의 변화를 생각해보자. 그림에서 보듯이 외환위기 이후 약 8%이던 국고채금리가 2015년 말에는 2% 이하로 하락했다. 생명보험의 경우 30년 넘게 보험계약기간이 지속되는 장기상품의 비중이 큰데 보험회사가 이자율이 높았던 1999년에 당시의 이자율에 따라 8% 이자 지급을 보장하는 장기저축성 보험을 판매했다고 가정해보자. 현재 이자율이 2% 미만으로 하락한 시점에서 자산수익률이 2%에 불과함에도 8%의 금리지급을 보장하는 상품을 팔았으므로 이자율 하락분만큼 손실이 발생했으며 그만큼 부채가 증가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자율이 변하면 보험회사의 부채금액이 변동하는데 IFRS 17에서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하도록 바뀌었다.
현행 보험회계기준(IFRS 4)에서는 기존의 업계관행을 인정해 보험부채 평가시 보험상품 판매 당시의 기초율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허용하였기 때문에 이자율 변동이 재무제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IFRS 17하에서는 매 회계기 말마다 그 당시의 기초율을 기준으로 평가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2021년까지 지금처럼 낮은 이자율이 지속되는 한 보험부채의 심각한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높은 이자를 보장해 장기저축성 보험상품을 판매한 생명보험업계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이러한 부채의 증가는 보험회사가 계약자의 보험금 지급요청에 대비해 보유해야 하는 자금력의 감소를 초래하기 때문에 보험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게 된다. 따라서 보험회사가 현재의 건전성을 유지하려면 부채증가액만큼 자본을 더 확충해야 한다. 그러므로 보험회사가 IFRS 17 시행으로 예상되는 부채증가의 크기를 평가하고 시행시까지 남은 4년 동안 그에 상응하는 충분한 증자 여력이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이다.
수익 인식 기준의 변화
수익 인식 현행보다 늦어지고 매출액 크게 줄어
보험료 수입→수익성 중시로 영업전략 변화 예상
IFRS 17의 시행이 가져올 두 번째 큰 변화는 수익인식기준의 변화다. 현재 보험회사는 보험료 수령액을 매출로 인식하고 보험금 지급액과 보험금 지급 여력을 위해 적립하는 준비금전입액을 비용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현금주의에 가까운 회계처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IFRS 17에서는 보험계약기간 동안 지급이 예상되는 보험금에 회사의 마진을 더해 수익으로 인식하고 실제 지급된 보험금을 비용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회계기준에서는 가입자가 보험료를 납입하는 기간에 수익이 인식되는 반면 IFRS 17에서는 보험계약기간 전체에 걸쳐 수익이 인식되도록 변경된다. 따라서 수익인식이 현행보다 늦어지게 되고 매출액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IFRS 17 시행은 보험회사의 다양한 부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먼저 영업적인 측면에서 보험상품에 많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즉 보험부채 시가평가 때문에 고정금리 또는 최저이율을 보장하던 상품은 점차 사라지고 변동금리 위주의 상품이 주로 판매될 것이다. 또한 수익인식기준의 변화로 인해 보험료수입을 중요시하던 영업관행에서 수익성을 더 중요시하는 정책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보험회사의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심각하게 대두될 것이다.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게 되면 이자율변동에 따른 가치의 변동이 장부에 그대로 반영되게 된다. 이로 인해 자본의 변동성이 동시에 커지게 될 위험에 노출되게 된다. 이때 보험회사는 자산가치의 변동을 부채의 변동과 잘 대응시킴으로써 자본의 변동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 특히 장기성 상품을 주로 취급하는 보험사의 경우 20~30년 후에 지급될 보험금부채와 연동돼 움직일 수 있는 장기운용자산의 확대 등 자산부채관리(ALM·AsLiability Management)를 통한 위험관리 전략이 매우 중요하게 부각될 것이다.
IFRS 17도입으로 인한 영향의 크기를 고려할 때 도입시까지 남은 4년이라는 준비기간이 충분한 시간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경영진이 관심을 가지고 꼼꼼하게 대비하고 챙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