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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사랑하기 때문에’ 신선함 보단 따뜻함으로 승부 건 차태현표 영화

이제 충무로에서도 ‘차태현표 코미디’는 하나의 장르로 확실하게 자리잡은 느낌이다. 소소한 웃음 뒤에 남는 진한 여운의 감동은 코미디가 결합된 드라마 장르의 보편적인 공식이지만, 여기에‘차태현’이라는 배우가 더해짐으로서 다른 배우들이 쉽게 따라갈 수 없는 오직 차태현만의 드라마가 완성된다. 평범한 소시민적 인상으로 위화감 없이 녹아드는 점이 가히 독보적이다. 이 장르의 시발점이 ‘과속스캔들’이었다면, 이제 ‘헬로우 고스트’와 ‘슬로우 비디오’를 거쳐 ‘사랑하기 때문에’가 그 계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2017년 1월 4일 개봉할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는 그야말로 차태현을 위한, 차태현에 의한, 차태현의 영화다. ‘헬로우 고스트’에서 할배귀신(이문수 분), 꼴초귀신(고창석 분), 울보귀신(장영남 분), 초딩귀신(천보근 분) 등 네 명의 귀신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빙의되어 4인 1역의 연기를 펼쳤던 차태현은 ‘사랑하기 때문에’에서는 반대로 자신이 직접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게 된다.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차태현, 김유정 / 사진제공 = NEW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차태현, 김유정 / 사진제공 = NEW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차태현은 네 명의 사람을 차례대로 거쳐가게 된다. 심지어 이번에는 임신한 여고생(김윤혜 분), 바쁘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내와 대화가 단절된 40대 형사(성동일 분), 쓸쓸함을 허기로 착각해 입에 쉬지 않고 음식을 쑤셔넣는 노총각 선생님(배성우 분), 그리고 치매에 걸려 남편도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선우용여 분)까지 연령부터 성별까지 실로 다양하다.


이 가운데 차태현이 펼치는 열연은 눈부시다. 여고생 교복을 입은 충격적인 모습부터 시작해 그가 빙의하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모습을 선보이며 4인 1역의 캐릭터를 완성해나간다. 여기에 네 명에게 차례로 빙의되며 이들의 사랑을 이어준 후에는 마지막으로 무대공포증에 걸린 가수 지망생 여자친구 현경(서현진 분)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고 한다. ‘헬로우 고스트’의 마지막 반전에 눈물 꽤나 쏟았던 관객이라면 ‘사랑하기 때문에’ 역시 같은 의미에서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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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영화가 내세우는 코미디의 신선함은 확실히 부족한 점이 있다. 차태현의 빙의 연기도 네 번이나 반복되다 보니 익숙해져서 단조롭게 보이고,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 故 유재하의 노래 ‘사랑하기 때문에’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영화의 결말 역시 ‘헬로우 고스트’처럼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김유정, 차태현, 박근형 / 사진제공 = NEW영화 ‘사랑하기 때문에’ 김유정, 차태현, 박근형 / 사진제공 = NEW


‘구르미 그린 달빛’ 이후 인기 상종가를 달리는 김유정의 역할 또한 기대에는 못 미친다. 김유정은 유일하게 차태현의 말을 믿어주면서 차태현을 도와주는 엉뚱발랄한 여고생 ‘스컬리’로 등장하지만, 당초 기대보다 역할이 지극히 한정되면서 뒤로 갈수록 매력을 발산하지 못한다. ‘구르미 그린 달빛’으로 높아진 김유정에 대한 기대감을 채우기에는 조금 아쉬운 캐릭터다.

영화의 완성도나 코미디라는 장르로서의 만족감은 크지 못하지만,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는 따뜻함 하나는 차고 넘친다. 일상 속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차태현의 진솔한 연기는 ‘사랑하기 때문에’의 따뜻함을 더욱 배가시키고, 차태현이 만들어가는 사랑의 이야기 역시 보는 이의 눈물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자극적이고 화려한 맛은 없지만, 그런 담백함이 오히려 ‘사랑하기 때문에’의 장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2017년 1월 4일 개봉.

원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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