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세월호 7시간 행적 밝혀라"...朴대통령 압박하는 헌재

[헌재 첫 준비기일]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 의혹 구체적 해명 요구

탄핵사유 쟁점 5개 유형 정리...검찰에 수사자료 송부 요청

탄핵심리 조속한 진행 기대...최순실·안종범 등 증인 채택

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첫 준비기일에서 헌법재판관, 국회 측 대리인, 박 대통령 대리인들이 증인·증거·재판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2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관련 첫 준비기일에서 헌법재판관, 국회 측 대리인, 박 대통령 대리인들이 증인·증거·재판일정 등을 조율하고 있다. /송은석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하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측에 세월호 7시간의 행적을 소상히 밝힐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번 탄핵심판의 쟁점을 다섯 가지로 압축하고 강력한 표현으로 검찰에 수사자료 송부를 요청하는 등 조속한 심리 진행 의지를 명확히 했다.

헌재는 22일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1차 준비기일에서 세월호 사건 당일 박 대통령의 7시간 행적과 관련, 양측에 자료를 보완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사자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이 직접 소명에 협조할 것을 압박했다.

이날 수명재판관 중 한 명으로 재판을 진행한 이진성 재판관은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에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지 2년 이상 지났지만 대부분 국민은 그날 뭘 했는지 자신의 행적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특별한 날로 피청구인 역시 기억이 남다를 것”이라며 “7시간 동안 피청구인이 청와대 어느 곳에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무를 보았는지, 업무 중에 공적인 부분, 사적인 부분을 시각별로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보고를 받은 시각, 어떤 보고를 받았는지, 그에 대한 대응 지시 등을 남김없이 밝혀주시고 자료가 있으면 제출해달라”며 구체적인 사항을 하나하나 꼽아 요청했다. 이는 청와대가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밝힌 세월호 당일 박 대통령의 시간대별 행적이 여전히 의혹을 해명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재판부가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헌재는 이날 준비기일에서 탄핵 사유 쟁점을 5개로 유형화하자고 제안했다. △국민주권주의·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 남용 △언론의 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 의무 위반 △각종 법률 위배다. 양측은 이를 수용했다. 국회는 앞서 탄핵의결서에서 13가지 탄핵 사유를 9개 항목으로 정리했지만 재판부의 조정으로 쟁점을 5개로 압축한 것이다. 앞서 헌재가 선별심리 가능성을 부정하면서 많게는 쟁점별로 10여차례 이상 심리가 진행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가 나왔지만 헌재가 쟁점 수를 절반가량 줄임에 따라 실제 심리 기간도 줄어들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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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증인으로는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세우기로 양측이 합의했다. 이들은 양측이 공통으로 신청한 증인이다. 소추위원 측은 이외에도 25명의 증인을 더 요청했지만 검찰 수사자료를 확보하면 신청 증인 수를 대폭 줄일 방침이다. 이와 관련, 헌재는 소추위원 측의 문서송부촉탁신청을 받아들여 늦어도 23일까지 검찰 측에 수사자료를 요청할 예정이다. 26일께 소추위원 측이 문서를 받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재판관은 “수사기관 나름의 고충이 있겠지만 이미 수사기록이 (최씨 변호인들도 확보하는 등) 시중에 나와 있는 상황이라면 검찰에 정중하고 강력하게 수사기록을 보내줄 것을 촉구하는바”라고 말했다.

강일원 재판관도 “검찰 측이 수사자료를 보내줄 것으로 보지만 만약 송부가 잘 안 될 경우 주심인 제가 기록이 있는 현장에 가서 서류를 보겠다”며 수사기록 확보에 의지를 내비쳤다.

이날 박 대통령 측 대리인은 재판 지연을 시도할 것이라는 법조계 안팎의 예상과 달리 신속한 심리 진행에 협조했다. 박 대통령 측 이중환 변호사는 오히려 “저희는 최대한 신속한 재판을 원한다”며 “소추위원 측이 신청한 증인이 많으니 줄여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가 노련한 진행으로 박 대통령 측의 문제 제기를 사전 차단했다는 평가도 나왔다. 현장에서 재판을 지켜본 한 변호사는 “재판부가 논의를 시작하면서 ‘소추위원단 측이 제기한 공소장 등 증거가 위조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의견을 먼저 밝힘으로써 대통령 측 대리인단이 증거의 진실성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씨의 1차 준비기일에서 최씨 측 변호인은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태블릿PC와 휴대폰·수첩 등을 감정해야 한다고 재판부에 감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같은 상황이 헌재 심판정에서 재연될 여지를 사전 차단했다는 평가다.

권성동 탄핵소추위원은 “재판부에서 미리 많은 연구와 토론 끝에 쟁점을 유형별로 잘 정리를 하셨고 모든 증거를 이해하고 계시는 등 재판 준비에 열성을 기했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신속한 탄핵심판을 진행하겠다는 재판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어서 소추위원 입장에서는 굉장히 다행스럽다”고 첫 기일 소감을 밝혔다. 2차 준비기일은 오는 27일 오후2시 헌재에서 열린다. /김흥록·노현섭기자 rok@sedaily.com

김흥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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