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활

[삼성그룹 분리 20년...CJ가 다시 뛴다] 식품서 문화창조 기업 변신...연매출 2조→30조, 재계 14위 도약

<상> 도전·혁신 DNA로 일군 CJ그룹

2조베팅 대한통운 인수 이어

해외식품·바이오기업 사냥

美 드림웍스에 3억弗 투자로

불모지 문화산업 개척 첫 발

영화·방송 등도 성장동력

한류 열풍 전파 선봉 역할

새비전 '그레이트CJ' 내걸어

2020년 매출 100조 달성

1996년 5월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제일제당그룹 출범식’에서 제일제당 직원들이 새 기업이미지(CI)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CJ1996년 5월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제일제당그룹 출범식’에서 제일제당 직원들이 새 기업이미지(CI)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제공=CJ


“우리 제일제당은 창립 이래 끊임없는 변화와 도전으로 국내 최대 식품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오늘부터 우리는 인류의 꿈과 미래를 연결하는 생활문화기업으로 다시 태어나기 위해 독립경영을 선포합니다.”

지난 1996년 5월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펜싱경기장. 4,000여명의 제일제당 임직원들이 들뜬 표정으로 하나둘 모였다. 연단 중앙에는 ‘제일제당그룹 출범 및 CI 발표회’라는 문구가 큼직하게 걸렸다. 이어 제일제당그룹 출범을 알리는 깃발이 휘날리자 임직원들의 박수소리와 함성이 행사장에 울려 퍼졌다.


제일제당은 이날 수십년 동안 사용해온 백설표 마크 대신 영문으로 만든 새 기업이미지(CI)도 공개했다. 삼성그룹으로부터의 분리를 추진하기 시작한 1993년 이후 3년 만에 공식적으로 독립을 선언한 것이다. 제일제당 43년 역사상 가장 큰 변화였지만 당시 이재현 상무를 비롯한 제일제당 임직원들의 얼굴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 못지않게 걱정이 교차했다.

1996년 5월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제일제당그룹 출범식’에서 제일제당 임직원들이 새 기업이미지(CI)가 들어간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CJ1996년 5월1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펜싱경기장에서 열린 ‘제일제당그룹 출범식’에서 제일제당 임직원들이 새 기업이미지(CI)가 들어간 깃발을 흔들고 있다. /사진제공=CJ


올해로 삼성그룹 분리 20주년을 맞은 CJ그룹의 지난 여정은 도전과 혁신으로 요약된다. 삼성그룹의 울타리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독립을 선택했다는 점이 도전이라면 식품기업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창조기업으로 도약한 것은 국내 기업사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혁신으로 꼽힌다. 지난 20년 동안 숱한 위기와 좌절을 겪으면서도 성공적으로 체질개선을 이뤄낸 CJ그룹은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기 위한 대장정의 역사를 준비하고 있다.

1996년 삼성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할 당시만 해도 제일제당에 대한 시선은 기대보다 우려가 컸다.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설립한 모태기업이자 적통기업이었지만 그룹 내에서는 주력 계열사의 입지를 빼앗긴 상황이었다. 식품기업이라는 낡은 이미지 역시 삼성이 전략적 판단으로 수익성이 떨어지는 식품사업에서 손을 떼는 것으로 비치기에 충분했다. 삼성전자 이사에서 제일제당으로 갓 자리를 옮긴 이재현 상무의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제일제당 임직원들에게 독립경영은 절체절명의 숙원이었다. 신규 사업에 진출할 때마다 그룹 눈치를 봐야 하는 탓에 제동이 걸렸고 대규모 투자와 고용도 요원하기만 했다. 미래 성장동력으로 내걸었던 문화사업 역시 독립경영이 수반되지 않고서는 달성할 수 없는 장밋빛 희망에 불과했다.


우려와 걱정을 뒤로한 채 홀로서기에 나선 제일제당은 이후 CJ로 사명을 바꾼 뒤 전면적인 변화와 쇄신에 나섰다. 식품기업의 정체성을 유지하되 문화와 생활을 아우르는 문화창조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선 것.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이었기에 무모한 도전이라는 지적이 잇따랐지만 CJ는 느리지만 우직한 길을 택했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창조기업으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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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그룹의 비약적인 성장은 각종 지표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삼성그룹의 품을 떠나기 전만 해도 연매출 2조원대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사상 최대인 3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6,000여명 수준의 임직원은 3만여명으로 늘었고 계열사도 8개에서 80여개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재계순위도 30위에서 14위로 껑충 뛰었다.

CJ그룹의 변신은 적극적인 인수합병과 적기적소에 투자하는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다. 2012년 2조원을 투자한 대한통운 인수가 대표적이다. 당시 이재현 회장은 경쟁사보다 3배 많은 금액을 베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예상을 뛰어넘은 금액을 놓고 ‘승자의 저주’에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랐지만 CJ대한통운(000120)은 이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맹활약하는 종합물류 업체로 성장했다.

그룹의 모태인 CJ제일제당(097950)도 잇따른 인수합병과 연구개발을 발판으로 단순 식품제조기업이 아닌 바이오식품기업으로 도약했다. 올 들어서는 해외 식품기업과 바이오기업을 잇따라 인수하며 그룹의 미래 청사진을 선도하고 있다. CJ푸드빌도 뚜레쥬르·비비고·투썸플레이스 등을 필두로 토종 외식 브랜드의 대표주자로 부상했고 CJ오쇼핑(035760)은 각국 현지 업체와 손잡고 홈쇼핑방송을 하는 등 전 세계에 한류 열풍을 전파하는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1995년 미국 드림웍스에 3억달러를 투자하며 첫걸음을 뗀 문화산업도 CJ그룹의 혁신 DNA다. 투자에 비해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문화산업의 특성상 비관적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이 회장은 ‘문화가 우리의 미래’라며 임직원들을 설득했다. CJ E&M(130960), CJ CGV(079160), CJ헬로비전으로 대표되는 문화 콘텐츠 계열사는 불모지였던 문화산업에서 연간 4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그룹의 효자로 자리 잡았다.

CJ그룹은 이제 새로운 20년을 준비하기 위한 첫 작업으로 그룹 비전인 ‘그레이트 CJ’를 내걸었다. 오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과 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고 해외 비중을 70%까지 높이겠다는 게 골자다. 업계에서는 현재 신병치료 중인 이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전망되는 내년을 기점으로 대대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답보 상태였던 글로벌 인수합병과 대규모 투자 역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CJ그룹 관계자는 “CJ가 설탕회사에서 출발해 글로벌 문화창조기업으로 변신할 수 있었던 것은 임직원의 노력 못지않게 회사를 다시 창업한다는 각오로 실질적인 창업자 역할을 맡은 이 회장의 독보적인 리더십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끊임없는 혁신과 변화를 통해 전 세계인으로부터 사랑받는 글로벌 한류기업으로 도약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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