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재테크

여의도 마지막 주식시세판 37년 만에 역사속으로

26일 명동 이사 앞두고 운용 중단

상주 고객에 감사패 전달 등 기념행사

고(故) 양재봉 창업주 설치 고령 투자자 사랑방 역할

대신증권이 23일 서울 여의도 본사 1층에서 국내 1호 시세 전광판 운영 중단에 앞서 임직원들이 주문표를 뿌리고 있다. 1979년 설치된 이 전광판은 대신증권 명동 이전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호재기자대신증권이 23일 서울 여의도 본사 1층에서 국내 1호 시세 전광판 운영 중단에 앞서 임직원들이 주문표를 뿌리고 있다. 1979년 설치된 이 전광판은 대신증권 명동 이전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이호재기자


서울 여의도에 마지막 남은 ‘국내 1호’ 주식시세전광판이 37년 만에 불을 끄며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대신증권(003540)은 23일 여의도 본사 1층 영업부에 설치된 시세전광판의 운영을 중단하고 고객들과 마지막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나재철 대신증권 대표는 “26일 명동 본사 이전을 앞두고 37년간 운영해오던 시세전광판 서비스를 중단하게 됐다”며 “시세전광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지만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79년 고(故) 양재봉 대신증권 창업주가 증권업계 최초로 만든 시세전광판은 그동안 경제 성장기와 외환위기 등 굴곡진 세월이 흐르는 동안 주식 투자자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했다. 투자자들이 증권사 객장에 설치된 시세판 앞에 모여 주요 종목의 실시간 주가 흐름을 지켜보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흔한 풍경이 됐고 여의도 증권가에 유행처럼 번졌다. 하지만 인터넷 기술을 발달로 홈트레이딩시스템(H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이 활성화되면서 증권사들은 효용 가치가 떨어진 시세판을 없앴고 여의도에는 대신증권 시세판이 유일하게 남았다. 이 때문에 대신증권 1층 영업부는 최근까지도 정보기술(IT) 기기에 익숙하지 못한 고령 투자자들이 삼삼오오 모이는 사랑방 역할을 해왔다. 이곳에서 만난 백발의 70대 개미 투자자는 “시력이 나빠도 시세와 전체 종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점이 좋아 이곳을 늘 찾았다”며 “오늘을 끝으로 사라진다니 아쉽다”고 말했다. 대신증권은 여의도 영업부를 근처 알리안츠 건물 2층으로 옮겨 기존 고객들의 불편을 최소화할 방침이지만 시세 전광판은 설치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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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앞에 설치된 황소 동상이 크레인에 실려 이사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이호재기자.23일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앞에 설치된 황소 동상이 크레인에 실려 이사차량으로 옮겨지고 있다./이호재기자.


대신증권은 이날 행사에서 나재철 대표가 영업부 내 상주고객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한 후 연말 강세장을 기원하면서 납회식 때 진행해오던 주문표 세리머니를 끝으로 시세판 운영을 중단했다. 대신증권은 이날 여의도 사옥 앞에 설치됐던 황소상 ‘황우’도 철거했다.

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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