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AI CEO’ 나온다

세계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창업자 달리오 모델로 AI 개발중

인사서 경영적 판단까지 담당

“정보처리 능력 인간보다 낫고

감정적 실수 안해 효율적” 기대

기존 임직원 반감·소통은 과제



인공지능(AI) 최고경영자(CEO) 출현이 임박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는 채용과 해고 등 인사부터 각종 경영적 판단까지 도맡아 하는 AI CEO를 곧 내놓을 예정이다. AI CEO는 정보를 다루는 측면에서 인간보다 뛰어나고 감정적 실수도 저지르지 않기 때문에 더 효율적인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브리지워터가 엔지니어들을 모아 설립한 ‘체계화지능연구소’가 회사 내 최고 의사결정을 담당할 AI CEO를 개발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미래의 책(The Book of the Future)’이라는 이름의 이번 프로젝트는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결정으로 진행되는 것이다. 앞으로 탄생할 AI CEO는 배의 자동항법 장치처럼 브리지워터 사원들이 어디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지시하고 인사는 물론 회사의 각종 중요한 경영적 판단을 맡게 된다. 신문에 따르면 IBM에서 인공지능 기술 ‘왓슨’을 만들었던 데이비드 페루치가 최고연구책임자로 브리지워터의 AI CEO 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브리지워터의 AI CEO는 달리오 창업자를 모델로 만들어진다. WSJ와 인터뷰한 브리지워터의 한 인사는 “미래의 책 프로젝트는 달리오 창업자의 뇌를 컴퓨터로 만드는 시도와 같다”고 말했다. 신문에 따르면 달리오 창업자는 회사 내에서 극단적인 투명성을 강조하고 경영적 판단의 측면에서는 감정보다 이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이러한 그의 뜻에 따라 브리지워터에서는 임직원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전부 녹음되며 사원들이 사내 애플리케이션으로 서로의 점수를 매겨 동료의 실수를 알게 된다. 달리오 창업자는 과거 인터뷰에서 “나는 지금의 브리지워터를 만든 것이 완전한 개방성과 실력주의 시스템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WSJ는 최근 브리지워터 대표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며 내부에서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자 달리오 창업자가 자신의 경영방식을 강화한 AI CEO를 만들어 이를 극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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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CEO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도 크다. WSJ와 인터뷰한 데빈 피들러 미래예측연구소(IFTF) 리서치부문장은 “브리지워터의 AI CEO 개발은 야심 찬 결정”이라며 “AI CEO는 인간보다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의 많은 부분이 기본적으로 정보를 다루는 일이고 소프트웨어가 이런 부분에서는 매우 뛰어나다”면서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은 날에는 세상에 대한 시각이 바뀌고 이는 경영적 판단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과 인터뷰한 미래학자 졸탄 이슈트반도 “조만간 아예 헤지펀드 회사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 이유가 없어질 수도 있다”며 “몇 년 안에 기계가 금융투자 같은 문제를 더 잘 분석하게 될 것이고 은행가들은 멸종한 공룡처럼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AI CEO를 기존 임직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문제로 남아 있다. 피들러 리서치부문장은 “사람들이 AI CEO가 보내는 메시지를 인간 최고경영자의 결정과 같은 것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감성이 결여된 AI CEO가 임직원들을 극단적으로 몰아붙일 가능성도 있다. 신문은 “브리지워터의 경우 사내 직원들의 압박감이 커 5분의1 이상이 입사 5년 안에 회사를 떠난다”며 AI CEO는 브리지워터 직원들의 퇴사율을 더 높일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이경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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