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올해 독감 유행주의보는 지난 12월8일 발령됐지만 정부는 20일에야 “필요시 조기 방학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20일 전 주인 11~17일 주에 이미 초·중·고교생 독감 의심 환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점까지 감안하면 한참 늦은 ‘뒷북 대응’이었다.
학기 중에 독감 등이 유행할 경우에 대비한 구체적인 행동 지침도 부실하다. 교육부가 각 학교에 보건교육 강화, 조기 방학, 등교 중지 등을 권고하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병 유행 시 환자를 빨리 격리시키는 것은 피해를 줄이는 기본적인 방법”이라며 “학교 내 환자는 즉시 등교를 하지 않도록 한다든지 환자가 일정 수 이상이면 등교 중지, 조기 방학 등을 어느 정도 강제한다든지 구체적인 매뉴얼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는 여전히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조명연 교육부 학생건강정책과장은 “학교마다 학사 일정이 있기 때문에 조기 방학 권고, 보건 교육 강화 이상으로 정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며 “더구나 학기 중에 독감 유행은 처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 역시 “백신 의무 접종 대상인 65세 이상 어르신과 영유아에 대한 접종은 철저히 했다”는 점만 강조하고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학생들의 독감 백신 접종률은 매년 30~40%에 그치는데 보건 당국도 이를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독감 유행이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올해 독감 유행 기간 검출된 바이러스는 모두 A H3N2형인데 또 다른 A형 신종플루(A H1N1형)도 추가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4년 동안 두 유형의 바이러스가 모두 유행했다. 현재 독감 백신은 두 유형의 독감 모두 예방 가능하기 때문에 백신을 이미 맞았다면 걱정이 없지만 접종 전이라면 문제가 된다. 특히 초봄에는 B형 독감 유행도 우려된다. 국내 독감 환자는 A형과 B형이 각각 60%, 40%를 차지하는데 겨울철에는 A형이 유행하고 봄철에는 B형이 확산하는 패턴을 보인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접종하고 독감 환자는 추가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집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활동 시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