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살인 혐의 조사를 촉구한 유엔 인권기구 수장에게 막말을 퍼부으며 비난했다.
23일(현지시간) 필리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마약감시 자원봉사자 행사에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최고대표를 향해 ‘idiot(바보)’, ‘son of a bitch(개XX)’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말을 퍼부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앉아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유엔 관리들에게 우리가 봉급을 주고 있다”며 “나에게 무엇을 하라고 말하지 마라. 내가 당신의 고용주”라고 말했다.
이어 “당신들은 나한테 ‘개XX(son of bitch)’라고 부를 수 없다”면서 “내가 내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을 때 필리핀인들만이 그렇게 부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두테르테 대통령은 “우리는 유엔에 분담금을 내는 회원국이자 주권국가”라며 “당신은 두뇌가 없으니 입 닥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학교에서 외교에 대해 다시 공부하라”고 막말을 했다.
이는 알 후세인 인권대표가 범죄 용의자를 살해했다고 밝힌 두테르테 대통령을 필리핀 사법 당국 등이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한 데 따른 분풀이로 해석된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12일 사업가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약과의 전쟁’에 따른 경찰의 용의자 사살에 대해 “나도 다바오 시장 재직 시절 개인적으로 그것(사살 행위)를 하곤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일전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과거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시장으로 재직할 때 범죄 용의자 3명을 직접 죽였다고 밝혔다.
알 후세인 인권대표는 “사법 당국은 두테르테 대통령을 조사함으로써 “법치주의 지지의 의지와 독립성을 증명해야 한다”며 “누군가가 살인자라고 공공연하게 인정하는데 사법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며 조사를 촉구했다.
유엔 인권대표의 촉구 직후 필리핀 국가 인권위원회는 범죄 용의자를 살해했다고 고백한 두테르테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이세영인턴기자 sylee230@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