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리더 ¦ '뷰티'이상을 추구하는 메리 딜런

이 기사는 포춘코리아 2016년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얼타 뷰티는 미국 스트립 몰 strip mall (*역주: 상점과 식당 등이 일렬로 늘어선 중소형 상가) 에서 급성장하는 헤어·화장품 제국을 구축했다. 이제 얼타는 대형 백화점 매장들과 정면 승부에 나설 수 있을까? 성공 여부는 CEO 메리 딜런 Mary Dillon에게 달려 있다.




온종일 뷰티 업무에 매진하다 (위)시카고 교외에서 출근을 하고 있는 메리 딜런. (왼쪽 아래)일리노이 주 네이퍼빌 얼타 매장에서 매니저 도밍고 곤살레스와 재고를 확인하는 모습. (가운데)경영진과의 회의 장면. (오른쪽)얼타 ‘뷰티 회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온종일 뷰티 업무에 매진하다 (위)시카고 교외에서 출근을 하고 있는 메리 딜런. (왼쪽 아래)일리노이 주 네이퍼빌 얼타 매장에서 매니저 도밍고 곤살레스와 재고를 확인하는 모습. (가운데)경영진과의 회의 장면. (오른쪽)얼타 ‘뷰티 회원들’과의 질의응답 시간.


메리 딜런이 스스로 감당하기 벅찬 상황에 있다는 걸 깨닫기까진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딜런은 얼타 뷰티 Ulta Beauty의 CEO에 오른 지 6개월이 지나자, 연중 가장 쇼핑이 활발한 날 실제 매장의 근무 분위기를 알아보려고 했다. 그녀는 가족 스키 여행 중이었던 2013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솔트레이크 시티 Salt Lake City 근교 얼타 매장에서 6시간 동안 판매사원 임무를 수행했다.

딜런은 검은 셔츠와 바지를 입고 얼타 명찰을 달았다. 직원 복장 규정에 따라 튀지 않는 차림으로 근무를 했다. 그녀는 매장에서 마스크팩과 염색약 등에 대한 홍수처럼 쏟아지는 고객 질문에 포위 당하면서 종류가 2만 여 개에 달하는 얼타 판매제품에 대해 자신이 얼마나 많이 모르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결국 매장 매니저의 제안으로 딜런은 가게 입구로 자리를 옮겼다. 그녀는 “내가 제대로 할 수 있는 업무는 쇼핑백을 나눠주는 일뿐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딜런은 이 경험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한 고객이 쿠폰 한 무더기를 들고 와서 사용 방법을 물었다. 딜런은 조건이 매우 복잡한 쿠폰의 할인율을 계산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말로 그녀를 불안하게 만든 건 쿠폰이 얼타의 마케팅 방식에서 갖는 의미였다-회사는 상시 할인에 주력했는데, 딜런은 이를 “바닥으로 치닫는 경주(race to the bottom)라고 불렀다.

그녀는 “그 날 확실히 깨달았다”며 “얼타에 대한 인식이 할인행사가 잦은 소매기업이 아니라, ‘뷰티 소매기업’이 되기를 바랐다”고 설명했다.

기업에 문외한인 사람에겐 둘 다 별반 차이가 없는 것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딜런과 얼타 뷰티에겐 엄청난 차이였다.

얼타는 ‘모든 뷰티 제품을 한 매장에 모아 다양한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는 판매 공식을 통해 대형 체인으로 급성장했다. 지난 10년 간 암울했던 유통업계에선 상당히 드문 성공 사례다. 일리노이 주 볼링브룩 Bolingbrook에 본사를 둔 얼타는 도시의 고급 쇼핑 지역에선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전문화된 뷰티 소매기업으론 미국 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WSJ 스트래티직 리테일 WSL Strategic Retail의 CEO 웬디 립먼 Wendy Liebmann은 “얼타는 미국 여성들의 뷰티 제품 구매 방식을 잘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8년 이후 얼타 매장 수는 3배로 급증했고-최근 900번째 매장을 열었다-매출도 이 비례에 따라 증가해 작년에는 39억 달러를 기록했다. 얼타의 가장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최근 개·폐업 매장을 제외한 동일점포 매출 성장(comparable sales growth)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4.4% 증가했다. 뛰어난 실적을 내는 다른 소매기업들조차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놀라운 수준이다(대부분은 2% 성장에도 기뻐할 정도다). 투자자들은 이런 성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딜런이 CEO가 된 후 얼타 주가는 250% 이상 상승했다.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를 넘어섰다. 메이시 Macy’s, 콜스 Kohl’s, 노드스트롬 Nordstrom 등 매출 규모가 몇 배나 되는 유통업체들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빠른 성장 때문에 얼타는 중대한 기로에 놓이게 됐다. 드러그스토어부터 백화점, 세포라 Sephora 같은 전문 체인(specialty chain)까지 많은 경쟁기업들이 급성장하는 뷰티 제품 소비자를 노리면서 업계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 주주 기대치는 하늘을 찌를 듯 높아 지속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얼타는 아직 미국인 상당수에겐 낯선 기업이다.

얼타는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브랜드 이미지를 할인쿠폰보다 고객 경험과 편의성 쪽으로 재정립하는 데 힘쓰고 있다. 기업 이미지를 포함해 여러 문제들이 마케팅 베테랑 딜런(55)에게 달려 있다. 느긋한 분위기의 딜런은 게토레이드, 맥도널드 같은 대형 브랜드에서 쌓은 경험이 풍부하다. 스타벅스 CEO 하워드 슐츠 Howard Schultz는 딜런이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소매 분야에서 얼타를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며 “그녀는 고객과의 관계와 현장 상황을 잘 이해한다”고 말했다. 딜런은 지난 1월 스타벅스 이사진에도 합류했다.

이런 능력 덕분에 딜런은 뷰티업계 경력이 부족했음에도 계속 회사의 성장을 이끌어올 수 있었다. 딜런은 얼타 CEO를 맡으면서 16세 이후 두 번째로 뷰티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시카고에서 남서쪽으로 30마일 떨어진 본사에서 이뤄진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그녀는 2013년 얼타가 접근했을 당시만해도 “그 회사는 내 레이더 망에 있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건 좋은 일이었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녀가 뷰티업계와 관련된 이력을 갖고 있지 않은 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었다고 한다. 완전히 백지에서 시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딜런이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 조용한 리더가 될 것이라는 예상은 2014년 얼타 지점을 2019년까지 1,200개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어긋났다. 목표 달성 과정에서 그녀는 얼타의 경영방식을 상당 부분 바꾸기도 했다. 스트립 몰에 숨겨진 매장에서 누구나 아는 브랜드로 기업 이미지를 높이려는 노력의 첫 걸음이었다.

이제까지 얼타의 성공은 ‘한 곳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는(all-inclusive)’ 기업 정신에 기반을 두고 있었다. 대중 브랜드에서 고급 화장품, 전문 헤어용품까지 모두 판매하며, 고객이 구매 전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들은 미용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론적으론 방문 한 번으로 머리를 하고 피부관리 서비스를 받은 뒤, 스타일 유지를 위해 컬링 아이언 curling iron이나 수분 크림을 구매할 수 있다.

얼타는 중서부 지역 드러그스토어 기업 오스코 Osco의 경영진 출신들이 만든 체인이다. 이들은 바쁜 여성들의 경우 뷰티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드러그스토어와 몰을 거쳐 미용실까지 가고 싶어하진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얼타의 공동창업자 테리 핸슨 Terry Hanson은 “여성들의 시간을 절약해 주는” 아이디어였다고 회상했다. 요즘엔 당연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얼타가 5개 지점으로 시작했던 1990년대에는 일반적이지 않은 생각이었다. 선견지명이 있던 창업자들의 또 다른 아이디어도 당시로선 획기적이었다. 1994년 얼타는 당시 소매업계에서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었던 포인트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 얼타메이트 Ultamate라 불리는 이 포인트 제도는 회원 수가 2,060만 명에 이르는 미국 내 최대 규모 고객보상 프로그램 중 하나다. 회원 구매가 기업 매출의 80%를 차지할 정도다.

브랜드를 직접 체험하다 - 일리노이 주 볼링브룩에 소재한 얼타 본사에서 포즈를 취한 딜런. 그녀는 고객 심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통해 마케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게토레이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다.브랜드를 직접 체험하다 - 일리노이 주 볼링브룩에 소재한 얼타 본사에서 포즈를 취한 딜런. 그녀는 고객 심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를 통해 마케팅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게토레이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을 정도다.


초기 얼타 지점은 대부분 스트립 몰에 자리잡고 있었다. 원래는 저렴한 임대료만 감당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지만, 이 방식은 체인 확장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존 쇼핑몰 방문객이 급감하면서 스트립 몰 매장의 가치가 한층 높아졌다. 이 과정에서 얼타는 ‘여성을 위한 오아시스’로서, 교외지역 주부들에게 휴식 시간과 같은 쇼핑 경험을 제공한다는 평판을 얻을 수 있었다(딜런은 ’얼타 브레이크 Ulta break *역주: 얼타에 들러 잠시 쉬는 시간 에 대해 “하기 싫은 일을 하는 따분한 시간이 아니다”라고 묘사했다). 매장은 상대적으로 넓으며-대개 1만 평방피트로, 10% 정도는 고급 응접공간이 차지하고 있다-얼타는 매장 방문 고객의 4분의 3이 15분 이상 체류하고 있다고 밝혔다.

얼타는 2007년 상장한 뒤에도 공격적인 확장세를 이어나갔다. 하지만 경영진은 지금 성장이 지나치게 쉽게 이뤄진 측면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상품 판매는 늘었지만 전자상거래나 공급망 부문에선 뒤처졌고, 무엇보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성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한다. 그래서 2013년 당시 CEO 척 루빈 Chuck Rubin이 얼타를 떠나 공예품 전문업체 마이클스 스토어 Michaels Stores로 옮기자, 이사진은 새롭게 시작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얼타의 비상임 이사회 회장 찰스 필리핀 Charles Philippin은 “우리는 문호를 개방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며 “다음 목표는 고객 충성도와 브랜드 인지도를 향상시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메리 내빈스 딜런 Mary Navins Dillon이 얼타에 합류했다.

딜런은 운명적으로 얼타를 경영하게 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카고 철강 근로자와 전업주부였던 부모 슬하에서 6남매 중 네 번째로 성장한 딜런의 첫 직장은 주얼오스코 Jewel-Osco였다. 16세였던 1977년 당시 일리노이 주 대리엔 Darien 지점의 사탕·담배 코너에서 시작한 그녀는 이후 화장품 매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딜런은 당시 상품 배치 방식을 개선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갖고 있었지만, 매니저들이 직원 의견에 관심을 보이지 않아 그들과 생각을 공유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이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은행 창구 직원, 청소부, 컴퍼트 푸드 comfort-food *역주: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음식으로, 주로 어린 시절 먹던 당분이 높은 가정식 음식 체인 R.J. 그런츠 R.J. Grunts 웨이트리스 등 독특한 일을 전전하며 학비를 충당했다. 일리노이 대학교 시카고캠퍼스(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에서 마케팅을 전공한 딜런은 졸업 후 1년 뒤인 1984년 퀘이커 오츠 Quaker Oats에서 경영자 과정(executive training program)을 시작했다. 딜런의 부친은 초봉이 2만 9,000달러로 시작한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가 그 정도 수준에 오르기까진 몇 년이 걸렸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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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런은 고객의 머릿속을 이해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퀘이커 오츠 시절 직장 동료이자 멘토였던 마거릿 스텐더 Margaret Stender는 그녀에 대해 “공감 능력을 활용해 고객의 마음과 동기 부여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던 딜런은 애완동물 사료 브랜드 키블스 앤드 비츠 Kibbles’n Bits의 마케팅 부문 대표에 오르자 굿도기클럽 Good Doggie Club을 개설했다. 애완견들이 뭘 좋아하고, 싫어하고, 필요로 하는지 배우기 위해 애완견 주인들과 정기적으로 만남을 가졌다. 2000년 게토레이드 마케팅 담당이 됐을 땐 달리기 애호가들의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시카고 마라톤에 출전하기도 했다. 42.195km 풀코스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경험은 그때가 유일했지만, 딜런은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려 운동을 좋아하던 직장 동료들까지 놀라게 했다. 그녀는 다음날 출근하자 “모두가 신문을 보고 내게 ‘이제 보스턴 마라톤대회 참가 자격을 얻게 됐다’고 말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딜런은 가족들 때문에 직장 생활을 시카고에서 유지하려고 했다(그녀와 남편 테리 Terry는 슬하에 성인 자녀 네 명을 두고 있다. 생화학자인 테리가 가사를 전담하고 있다). 2005년 딜런은 시카고 소재 최대 기업 중 하나인 맥도널드의 글로벌 마케팅 책임자가 되었다. 시카고 재계 토박이이자 멘토인 앤디 메케나 Andy McKenna 맥도널드 명예회장은 “딜런은 데이터를 중시하는 엄격함과 창의성을 함께 활용한다”고 평가했다. 딜런의 혁신적인 아이디어 중 대표적인 사례는 맥도널드 캠페인 개선에 기여한 ‘글로벌 맘스 패널 Global Moms Panel’이었다. 그러나 기업 구조상 딜런은 손익 부분에 대한 책임이 없어 절실하게 바랬던 직접적인 경영권은 갖지 못했다. 요즘 그녀는 당시 경험이 자신을 “상당히 겸손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매케나는 딜런이 큰 야망을 품었다고 기억하며 “그녀는 CEO 자리를 원했다”고 덧붙였다.

이유야 어쨌든 시카고에 본사를 둔 이동통신회사 US 셀룰러 U.S. Cellular가 지난 2010년 접근하자 딜런은 회사를 운영할 기회를 선뜻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건 많은 대가를 치러야 하는 자리였다. 지역 이동통신사들이 전반적으로 고전을 하고 있었고, 딜런은 CEO 재직 3년 동안 주가를 올리지 못했다. 초반에는 실수도 했다. 높은 가격을 이유로 애플 아이폰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그녀는 결국 18개월 뒤 고객 감소 때문에 아이폰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그녀는 “당시로선 올바른 결정이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이 자리는 기술에 대한 이해도 증진과 US 셀룰러의 400개 소매매장 운영 경험 등 딜런의 경영 전문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이런 경험이 모여 딜런은 얼타가 원하던 리더의 자질을 갖출 수 있었다.

일리노이 주 네이퍼빌 Naperville 지점을 찾은 딜런은 매장 매니저와 포옹하고 스타일리스트들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하는 등 따뜻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그녀는 한 달에 한 번 이상 미국 전역의 매장을 방문하지만, 얼타 본사에서 몇 마일밖에 떨어지지 않은 이 매장에는 더 자주 들르고 있다. 딜런은 종종 소규모 포커스 그룹 focus group *역주: 시장조사 등을 위해 모집한 소수의 그룹, 직원들과 함께 매장에 들러 지나칠 정도로 솔직한 의견-자신이 10대 때 드러그스토어에 근무했을 당시엔 공유할 자격이 없다고 느꼈던 의견-을 요구하고 있다.

딜런의 뷰티 제품 취향은 ‘중서부 조합(Midwestern Put Together)’이라 부를 수 있다. 유행을 따르지만 과시하지는 않는 스타일이다(그녀는 작년 얼타 매장 방문 중 아델 Ardell 브랜드의 인조 속눈썹 한 쌍을 구매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쓸 수 있다”는 사실에 만족해 곧바로 제거한 적이 있다). 그녀는 매장을 방문할 때 늘 고객 마인드를 갖고자 한다. 스스로를 예쁜 빨간색 립스틱 구매를 희망하는 헤어 제품 마니아로, 머리를 잘 땋고 업스타일도 기막히게 할 수 있다고 자부하는 고객으로 생각하는 식이다.

그녀는 동시에 개선점을 지적하는 일도 주저하지 않는다. 매장 내부에는 얼타메이트 회원을 위한 카탈로그 더미가 쌓여 있다. 예전에는 지루한 글씨체와 칙칙한 디자인의 잘라 쓰는 쿠폰북에 불과했지만, 이젠 고객이 실제로 읽고 싶어할 만한 카탈로그로 바뀌어있다. 딜런은 ”가격 외에도 고객들에게 뷰티 정보를 알려주고 제품을 소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7월 1일 CEO가 됐을 때 기업은 승승장구하고 있었다. 하지만 딜런은 얼타의 전망에 먹구름이 끼어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시장 조사에 따르면, 얼타 판매제품의 75%는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뷰티 제품과 중복되어 있었다. 얼타가 ‘아마존으로 대체 가능’하며, 따라서 가격 외에 다른 것들을 앞세워 경쟁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사진은 딜런에게 얼타의 이미지, 마케팅, 제품라인을 개선하고, 전자상거래 부문 전반에서 시대 흐름을 따라잡으라는 중책을 맡겼다.

매장의 카탈로그는 ’변신‘의 작은 예일 뿐이다. 얼타의 자체 브랜드-매출의 3% 정도를 차지한다-도 개선되고 있다. 딜런은 고객보상 프로그램 얼타메이트도 재정비해 회원 전용 제품을 출시하는 등 혜택도 도입했다. 얼타메이트 고객이 증가할수록, 신상품과 신규 매장 위치 결정에 대한 분석의 질도 높아졌다. 최근에는 자체 브랜드 신용카드-고객 데이터 향상에 기여하는 또 다른 방법이다-를 처음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딜런은 얼타의 핵심적인 기술 부문도 강화했다. 2014년에는 전자상거래 장기 매출 목표를 총 매출의 5%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이후 전자상거래 부문은 매년 50%씩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또한 상품화 방식(어떤 재고를 언제 보유할지 정하는 기술)을 개선하기 위해, IT 시스템으로 무장한 전자상거래 지원 유통센터 두 곳을 새롭게 개장하기도 했다. 딜런은 공급·배송 과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청바지와 운동화 차림으로 얼타의 제품 하역장에 나타나곤 했다.

딜런의 전략 중에선 얼타의 고급 뷰티 제품들을 늘리기 위한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이유는 분명하다. 시장조사기업 NPD 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고급 뷰티 제품 판매는 7% 증가했다. 딜런은 머천다이징·마케팅 책임자 데이브 킴벨 Dave Kimbell-과거 US 셀룰러에서 함께 근무했다-과 함께 고가 브랜드 에스티 로더 Est?e Lauder, 클라란스 Clarins, 유명 영화배우 제시카 알바 Jessica Alba의 어니스트 뷰티 Honest Beauty 등 신규 브랜드 200개의 판매를 시작했다. 또 500개 매장에서 랑콤 Lanc?me, 크리니크 Clinique 같은 고급 브랜드의 매장 내 부티크도 새롭게 단장하고 있다.

뿌리로 돌아가다 - 시카고 토박이 딜런은 4년을 제외하고 자신의 커리어 전부를 시카고에서 보냈다. 컴퍼트푸드 체인 RJ그런츠 링컨파크 지점-일리노이대학 시카고 캠퍼스 재학 시절 이곳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에 마련된 전(前) 직원 사진 갤러리에서 1980년 촬영된 자신의 사진(머리 오른쪽 바로 위) 앞에 선 딜런.뿌리로 돌아가다 - 시카고 토박이 딜런은 4년을 제외하고 자신의 커리어 전부를 시카고에서 보냈다. 컴퍼트푸드 체인 RJ그런츠 링컨파크 지점-일리노이대학 시카고 캠퍼스 재학 시절 이곳에서 웨이트리스로 일했다-에 마련된 전(前) 직원 사진 갤러리에서 1980년 촬영된 자신의 사진(머리 오른쪽 바로 위) 앞에 선 딜런.


과거에는 이런 고급 브랜드들이 저소득층을 타깃으로 하는 매장 위치 때문에 얼타를 기피했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성공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적절한 신규 매장 위치 선정 과정에서 부동산 개발업자들에게 더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매장 수를 늘리는 동시에 기업의 전반적인 이미지도 제고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딜런이 유지하고자 하는 선순환 구조다. 얼타의 CFO 스콧 세터스턴 Scott Settersten은 “시간이 지나면서 부동산 여건이 악화되는 게 아니라 개선됐다”고 강조했다. 예전 얼타 매장은 99센트 상점이나 편의점 옆에 위치하기 마련이었다. 그러나 얼타가 선호하는 주변 상권 브랜드는 중산층 고객을 유인할 수 있는 TJ 맥스 T.J. Maxx나 타깃 Target과 같은 소매기업이다. 그러나 이젠 일부 지점이 트레이더 조 Trader Joe’s나 홀 푸드 Whole Foods 같은 친환경 유기농 슈퍼마켓 옆에 자리잡을 정도가 됐다.

매장 위치와 관계 없이, 얼타의 안정적인 성장세가 백화점 몰락이 지속되는 것과 대비를 이루면서 명품 브랜드 유치가 쉬워진 측면도 있다. 에스티로더 CEO 파브리지오 프레다 Fabrizio Freda는 “얼타의 브랜드 이미지, 방문객, 교육, 경험이 양호하다면 스트립 몰도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저가 이미지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얘기다.

불황기에도 수익 창출을 주도하는 뷰티 제품의 특성상, ‘립스틱 효과(lipstick effect)’를 본 기업은 얼타 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Euromonitor International은 연 매출 800억 달러 수준인 미국 뷰티 산업이 2010년 이후 매년 4%씩 성장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다른 소매업 부문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히스패닉·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이 시장에서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딜런은 얼타 마케팅에서 다양성을 높이는 것도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삼고 있다.

얼타는 미국 뷰티·미용 시장의 3%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딜런은 이 점유율을 두 배로 높일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기 위해선 경쟁이 치열한 이 분야에서 계속 기업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프랑스 명품업체 LVMH그룹이 소유한 세포라의 경우 더 도시적이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시장조사업체 칸타 리테일 Kantar Retail은 얼타 고객의 45%가 세포라에서도 쇼핑을 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세포라는 뷰티 클래스나 가상 메이크업 테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패드 스테이션 등 첨단기술을 도입하면서 인기를 유지하고 있다. 백화점 부문에선 J.C. 페니가 백화점 내에 세포라 매장을 열고, 자체 미용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전하는 메이시의 경우, 고급 뷰티 체인 블루머큐리 Bluemercury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드러그스토어 체인과 유통 거물들도 시장에 뛰어든 상황이다. 타깃과 콜스는 고객 대상 ‘뷰티 컨시어지 beauty concierges’ 서비스를 갖고 있다. 드러그스토어 체인 CVS는 연말까지 4,000개 지점의 뷰티 코너를 업그레이드할 예정이다. 월그린 Walgreens도 1,800개 지점에서 자사 고급 드러그스토어 체인 부츠 Boots의 넘버 세븐 라인 스킨케어· 메이크업 전 제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칸타 리테일의 임원 브라이언 오언스 Brian Owens는 “드러그스토어는 다른 어떤 소매 채널보다 뷰티 산업에 대한 참여도가 높다”며 “그들은 세포라나 얼타에서 구매하려던 고객을 드러그스토어로 유인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익숙한 브랜드를 단순 재구매하는 고객들의 관심을 빼앗으려는 계획이다.

투자 애널리스트들은 현재로선 얼타가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코언 앤드 컴퍼니 Cowen & Co.의 소매 애널리스트 올리버 첸 Oliver Chen은 “부담은 얼타의 몫”이라면서도 “탄탄한 경영팀과 매우 우수한 콘셉트, 기업 규모 등을 가지고 있어 모멘텀이 양호한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물론 기업 모멘텀이 무한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얼타 주가는 37% 상승했고, 1,860만 달러 규모의 보수를 받은 딜런은 미국 여성 CEO 중 6번째로 높은 연봉을 기록했다. AP 통신에 따르면, 몬델리즈 인터내셔널 Mondelez International의 아이린 로즌펠드 Irene Rosenfeld와 HP의 멕 휘트먼 Meg Whitman 등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이런 성과를 계속 거두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딜런은 월가가 앞으로도 얼타의 연평균 동일점포 매출 성장을 5~7%를 기록할 수 있도록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대다수 소매기업에겐 꿈 같은 수치겠지만, 얼타에겐 성장 둔화를 의미한다. 이런 성장 둔화는 그들의 높은 성장률 법칙과 신규 매장의 잠재적 잠식 효과, 경쟁 심화에 따른 결과라 할 수 있다.

딜런은 네이퍼빌 지점 방문 때 직원들에게 “우리는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녀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이야말로 ‘뭘 잘 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하는 완벽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던져야 할 질문은 이뿐만이 아니다. 얼타는 ‘자동비행’ 모드로 성과를 내는 부분에만 안주하는 유혹과 싸워야 한다. 딜런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절대로 자만하지 않는다”며 “내 임무는 10년 뒤를 내다보고 그에 대비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포춘코리아 편집부/By Phil Wahba

By Phil Wah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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