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 정세를 고려해 추가 핵실험 등 도발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정보 당국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의 조기 대선 가능성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섣불리 핵실험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평가다.
이병호 국가정보원장은 23일 국회 정보위 전체회의에서 “동절기에도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 갱도에서 인원과 차량 활동이 활발하며 3번 갱도는 언제든지 추가 핵실험이 가능하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들이 전했다.
이 원장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군사 위주 활동을 보고하며 “김정은이 지난 12일 특수작전부대 방문 당시 ‘청와대를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12월 중순께 신포조선소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지상사출실험을 하는 등 개발 활동을 지속하고 있으며 새 잠수함 건조용으로 보이는 자재들도 식별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북미 관계에 대해 “북한이 현재까지 트럼프 차기 정부에 대한 공식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대북정책 방향이 구체화 될 때까지 관망할 것”이라며 “민간 차원의 트랙투 회의 등을 통해 한미연합 훈련 중단을 제시하면서 북미 직접 대화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이 원장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 동향에 대한 의원들의 질문에 “직무상 민간인 신분인 정씨 동향에 대해 알아보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귀순한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가 전체회의 직후 열린 간담회에 모습을 드러내 관심이 쏠렸다. 태 전 공사는 북한 외무성이 재외공관에 보낸 공문을 소개하며 북한이 6·7차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으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은 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화 시기에 대해 “한국 대선과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1년이 안 된 2017년 말에서 2018년 초라고 본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촛불집회가 광화문 등에서 대규모로 일어나는데도 국가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 청문회에서 그렇게 예리한 질문을 권력자들을 상대로 하는 것에 대해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류호·박형윤기자 rh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