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금융정책

금융당국 성과연봉제 후퇴...숨은 의도 논란

2017년 도입을 목표로 성과연봉제를 강하게 밀어붙여 온 금융당국이 한발 물러났다. 법원 결정을 앞둔 당국이 표면적 시기 조율 등 직·간접적 개입을 통해 법리 상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성과연봉제 도입을 관철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4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한국예탁결제원 등 금융공공기관 3곳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이 공문에는 2017년 한 해 동안 기관 별로 마련해놓은 성과평가 시스템을 통해 평가를 진행하고, 2018년부터 성과연봉제 보수 체계에 따른 성과급 차등 지급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에 만전을 기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원회 측은 이번 조치가 당초 성과연봉제 추진 계획에서 크게 변화된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제도 도입에 따른 개인별 평가를 먼저 시작하고 1년 뒤인 2018년부터 개인 평가별 급여 차등화에 나서더라도 도입 시기 자체에는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내년 1월부터 6월까지 6개월 간 개인 평가를 거쳐 7월 중 평가에 따른 보수를 지급하기로 예정돼 있던 기업은행 등의 경우 당국의 이번 조치로 성과연봉제 도입에 따른 보수 체계 도입 시기가 그만큼 미뤄지게 됐다. 결국 금융당국이 그동안 개인평가와 급여 지급 자체에 대해 기한을 따로 설정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기획재정부 역시 2017년 중 시행 시기를 꾸준히 못 박아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금융권 내부의 평가다.


금융 노조 측은 당국의 이같은 입장 변화가 결국 법원의 가처분 신청을 목전에 두고 벌이는 꼼수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그동안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사 합의 없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도입을 강행해 사태가 확산된 현 상황에서 ‘성과연봉제 가처분 신청’ 상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풀이되는 보수지급 차등 확대로 인한 불이익 발생의 ‘시급성’을 희석시키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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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번 조치가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그동안 성과연봉제 확대 저지의 선봉에 서 있던 공공기관들을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의혹의 눈초리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금융공공기관 중 기업은행이 지난 10월 17일, 산업은행이 10월 25일 가장 먼저 성과연봉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낸 가운데 성과연봉제 시행이 근로기준법 상 불이익변경에 해당되느냐를 놓고 약 2달 간에 걸쳐 양측 간 법리다툼이 이어졌다.

여기에 최근 성과연봉 보수 지급 시기 변경에 대한 관련 문건이 법원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같은 추정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번 법적공방에서 가장 명백한 불이익 변경 조치에 해당하는 임금 지급에 대한 유예 카드를 들고 나옴으로써 노조가 주장한 불이익변경에 대한 주장과 제도 시행까지 불과 1주일도 남지 않아 신속한 결론이 요구된다는 ‘시급성’을 법리적으로 반박함으로써 효력 정지 가처분신청의 기각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가처분 신청의 경우 한 차례 심문기일을 진행한 후 서류 검토 등의 작업을 거쳐 통상 2달 안에 가처분 신청 인용 여부가 결정된다. 특히 이번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내주 중 결론이 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번 추가 제출서류에 대한 검토가 늦어지면서 법원의 결론이 내달로 미뤄질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금융노조의 한 관계자는 “성과연봉제 시행에 있어 준정부기관의 경우 올해 개인평가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내년 직원별 임금 체계 역시 뒤죽박죽인 상태”라며 “그럼에도 올 초 기획재정부가 내놓은 ‘공공기관 성과연봉제’의 2017년 내 보수지급 완료 지침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것은 이번 정책이 얼마나 졸속으로 추진되었느냐를 방증해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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