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내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을 감안해 내년 상반기에는 중소기업에 ‘안전판’이 될 수 있는 자금을 공격적으로 집행하겠습니다.”
내년 1월로 취임 2주년을 맞는 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지난 23일 서울 목동 중진공 사무소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제·수출환경이 전반적으로 좋지 않았고 개성공단 중단과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경주 지진 등 돌발변수도 많았지만 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조기 집행해 중소기업들이 경영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힘썼다”며 “내년 상반기에도 미국 금리 인상과 탄핵정국의 여파로 불확실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중소기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하는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재도약지원자금 등을 적극적으로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중소기업들이 불확실성 리스크에 시달리지 않도록 내년 상반기에는 금융안전판 역할을 더 충실히 하겠다는 것이 임 이사장의 각오다. 임 이사장은 이어 “수출이나 고용창출에서 실적을 내면 대출원금 이자의 일부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통해 중소기업의 자금 부담을 덜어주는 데 자금 집행의 포커스를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담=오철수 성장기업부장(부국장) csoh@sed.co.kr
임 이사장은 내년 상반기에 불확실성이 중기 경영에 가장 큰 부담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대기업과 달리 리스크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중소기업은 불확실성에 취약해 내년 신규 사업계획 수립은 거의 꿈도 꾸지 못하는 실정이다. 임 이사장은 “대다수 중소기업이 사업 확장보다 기존 수준을 유지하는 쪽으로 사업계획을 세우고 있어 중진공도 중기 경영 안정화에 초점을 맞춰 정책자금을 지원하려 한다”며 “특히 중소업체들이 외부 변수에 흔들리지 않게 내년 상반기에 자금을 되도록 조기 집행하도록 직원들을 교육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진공은 우선 부산과 경남 등 5개 조선 밀집지역에 정책자금 5,400억원을 배정할 예정이다. 또 수출기업과 창업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규모를 올해보다 각각 1,000억원, 2,000억원 늘리고 수출사업화자금과 민간투자연계자금을 신설해 중소기업청 수출지원사업에 선정됐거나 민간 벤처캐피털(VC)로부터 투자를 받은 기업에 자금을 추가 지원할 예정이다. 경영 애로 기업들을 위한 긴급경영안정자금과 재도약지원자금 집행도 확대한다.
중소기업이 자금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대출금리 혜택을 주는 제도도 적극 시행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정책자금 금리가 시중금리보다 너무 낮아지면 시장 교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일정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되 수출이나 고용에서 성과를 내는 기업에는 대출원금의 이자를 환급해주는 제도를 올해부터 본격 시행했다”며 “이자 환급뿐 아니라 대출기간 확대와 자금 지원횟수 제한 예외적용 등을 통해 중소기업들이 재정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 이사장은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THAD·사드) 배치 논란과 한일 군사보호협정 체결 여파 등으로 국내 기업이 중국 진출과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것과 관련해 마케팅 전문가답게 ‘중국 내륙 2~3선 도시 진출’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중국 대도시에서는 실제로 한국 기업이나 상품을 제재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내륙에 위치한 2~3선 도시는 여전히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진공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중국 중서부 내륙지역에 대한 수출 비중은 전체 대중(對中) 수출의 6.2%에 불과하다. 그는 “이달 초 중소기업청·KOTRA와 함께 중국 중서부 내륙도시인 충칭시에 중소기업의 현지 수출을 지원하는 수출 인큐베이터를 개소했는데 당시 충칭시 상무위원이 사드 배치 논란 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더라”며 “그만큼 중국 내륙 2~3선 도시들은 외국인 투자를 간절히 바라기 때문에 국내 중소기업이 진출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중국 일선 대도시는 이미 글로벌 대기업들이 시장을 선점한 상태”라며 “중소업체들은 2~3선 도시들로 적극 눈길을 돌려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중진공은 소비자의 반응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판촉전과 전시회 등을 통해 중소기업의 중국 2~3선 도시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 중국의 온라인 오픈마켓에 국내 중기 제품이 더 많이 입점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중진공은 올 8월 세계 최대 기업간거래(B2B) 플랫폼인 중국 알리바바와 국내 유망제품 교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아울러 중소기업이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신흥시장에 더 많이 진출할 수 있도록 수출 인큐베이터 설립 도시를 미얀마 양곤과 이란 테헤란 등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중진공이 중소기업청과 함께 시행하는 ‘내일채움공제’와 관련해서는 제2의 도약을 위한 다양한 가입확대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일채움공제는 중소기업과 근로자가 공동으로 기금을 적립하고 근로자가 5년간 장기 재직하면 전체 적립금과 복리이자를 성과급(인센티브)으로 지급하는 사업이다. 그는 “현재는 중진공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경험이 있는 업체들이 주로 내일채움공제에 가입하고 있는데 민간 금융기관 등으로 가입창구를 늘리고 지자체나 공기업, 민간 대기업들이 협력 중소기업들의 공제 가입을 지원할 수 있도록 업무협약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청년창업 지원과 관련해서는 내년부터 중기청과 협업해 ‘청년창업 패키지’ 지원사업을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이 사업은 창업 활성화와 성과 제고를 위해 창업 전(全)단계를 패키지로 묶어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우선 스카우터 제도 도입으로 고급기술을 보유한 예비 창업자를 발굴해 기술창업 환경을 조성하는 데 힘쓸 계획이다. 또 예비 창업자들이 청년창업사관학교(중진공이 운영하는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입교한 후 본격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하기 전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프리스쿨(Pre-School) 과정을 운영해 창업 기초교육을 실시한다. 사관학교 우수 졸업자에게는 성장촉진을 위한 마케팅 등 후속 자금을 지원하고 가을학기입학제도도 신설해 유망 창업자의 청년창업사관학교 입교 기회를 확대할 예정이다.
임 이사장은 중소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중진공의 역할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경기도 안산에 있는 중진공의 중소기업연수원은 올 10월 스마트공장 의무교육기관으로 선정돼 4차 산업혁명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고 있다. 씨엔에프텍과 탑엔지니어링 등 스마트 공장을 구축한 일부 중소기업의 핵심 인력들은 이미 연수원 교육을 완료한 상태다. 임 이사장은 “중소기업연수원을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스마트 인재 전문 양성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것”이라며 “또 스마트 데모 공장 구축으로 현장실습이 가능한 시스템을 확보해 다른 연수기관과의 차별성을 부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임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융자’ 중심에서 벗어나 ‘투자’ 성격의 자금집행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 창업자들은 엔젤투자자나 벤처캐피털·기관투자가들로부터 차례차례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를 키워가는데 국내 창업자들은 융자 의존도가 높아 사업에 실패할 경우 신용불량자가 되는 경우가 많이 생기고 있다”며 “중진공 같은 정책자금 집행기관도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현재 운영 중인 성장공유형 대출자금(주식으로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융자) 등의 집행을 늘려나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정리=한동훈기자 hooni@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임채운 이사장] He is..
△1957년 경기 의정부 △1980년 서강대 무역학 졸업 △1985년 미국 미시건대 경영학석사 △1991년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 박사 △1994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2006년 한국구매조달학회 회장 △2008년 한국유통학회 회장 △2010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2012년 동반성장위원 및 적합업종 실무위원 △2012년 공정거래조정원 대규모유통업거래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2013년 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 위원 △2013년 소기업·소상공인 공제 운영위원 △2013년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2015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