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핏 보면 IT와 상관없는 CEO들이 전면에 나선 사실은 기술 발전과 혁신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IT가 모든 분야에 적용되면서 산업 간 융합에 가속도가 붙고 경계마저 파괴되는 현상을 생생하게 확인시켜주는 셈이다. 카니발은 선박에 센서·카메라를 설치하고 IoT용 가전제품을 넣어 여행객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익스피디아는 수십억 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맞춤형 여행지나 항공권·숙박업소를 추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CES가 가전박람회를 넘어 이종산업 간 융합의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반면 우리는 스마트TV나 인공지능(AI) 냉장고를 내놓는 데 머무를 뿐 시장을 선도할 만한 혁신적인 제품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산업 융복합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존 산업구조를 지탱해온 낡은 틀과 사고방식을 파괴해야만 살아남는 세상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업종과 국경을 넘어 합종연횡을 이어가고 신기술 개발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데도 우리는 개별 기업의 역량에만 의존한 채 업종별 영역 싸움과 부처 칸막이에 가로막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해외에서 만개한 인터넷은행마저 낡은 규제의 사슬에 묶여 옴짝달싹 못하는 형편이다. CES는 우리에게 빠르게 혁신하지 못한다면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