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진주만 가는 아베 속내는]美 권력교체기로 동북아 요동...경제 대신 외교행보에 주력

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아베 신조 일본 총리 /EPA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6일 밤 미국 하와이 진주만 방문길에 오르면서 집권 5년째를 맞이했다. 이번 진주만 방문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미국 외교정책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동북아 국제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으로 지난 2012년 12월26일 총리 취임 이래 지지 기반 강화를 위해 ‘경제’에 주력해온 아베 총리의 우선순위가 미국의 권력 교체기를 맞아 ‘외교·안보’로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보로도 해석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26일 밤 일본 하네다 공항에서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다. 아베 총리는 출발하기에 앞서 “전쟁의 참화를 다시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해의 가치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함께 전 세계에 다짐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7일 낮(현지시간) 진주만의 추모시설인 애리조나기념관을 방문해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희생자들을 위해 헌화하고 추도할 예정이다. 전후 일본의 요시다 시게루, 하토야마 이치로, 아베 총리의 외조부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가 1950년대에 진주만을 찾은 적은 있지만 미일 양국 정상이 진주만에서 함께 추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진주만은 미일 양국 사이에 뿌리 깊은 앙금으로 남아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아베 총리는 이 자리에서 전쟁의 참화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부전(不戰)의 맹세’와 미일 간 유대관계를 강조할 예정이다. 일본의 전쟁 책임이나 희생자에 대한 사죄는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이달 초 진주만 방문 계획을 발표하면서 “하와이에서의 정상회담은 지난 4년을 총괄하고 미래를 향한 동맹 강화라는 의의를 세계에 알리는 기회”라며 “미일 동맹의 가치와 의의가 과거에도 미래에도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해외 주둔 미군 철수와 동맹국에 대한 방위분담금 인상 요구,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등 기존의 미일 동맹관계를 위협하는 공약을 내세워온 트럼프 당선인의 다음달 20일 공식 취임을 앞두고 진주만 방문을 통해 양국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블룸버그통신은 아베 총리의 이번 방문이 외교·안보 측면에서 무수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는 2017년의 전조라며 지금까지 ‘아베노믹스’에 힘을 실어온 아베 총리가 내년에는 외교·안보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당선을 계기로 전후 유지돼온 미일 양국 관계의 정의가 흔들리고 있는데다 중국의 거침없는 해양 진출, 러시아의 세력 확대 등으로 동북아 정세가 급변하는 상황인 만큼 안정적인 지지 기반 위에 집권 5년째를 맞은 아베 총리의 우선순위가 경제보다는 외교 쪽으로 쏠릴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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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오인텔리전스의 토비아스 해리스 부사장은 “적어도 2017년 상반기까지는 (아베 총리가) 외교정책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며 “앞으로의 미일 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이 그 첫 단계”라고 말했다.

실제 아베 총리는 20일 한 연말 강연에서 55분의 강연시간 가운데 절반 이상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데 할애한 반면 경제에 대해서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과거 대부분의 연설에서 아베노믹스와 경제계획에 대해 설명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아베노믹스의 효력이 약화한 상황에서 이제는 ‘역사적 성과’가 지지율을 올리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며 내년 이후 아베 총리의 외교 행보가 바빠질 것을 예고했다. 아베 총리는 내년 1월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 직후 미국 방문을 추진하는 한편 내년 초 러시아를 방문해 러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신경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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