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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도' 진위 공방 여전한데...키맨은 김재규?

[검찰 '진품' 결론에도...더 뜨거워진 위작 논란]

■진품이다

"김재규 소장이력 부담스러워

천경자 화백, 가짜라고 주장

남편 국회입성 위해 전달 소문도"

■위작이다

재야 사회운동가 함세웅 신부

"김재규 부정축재자로 만들려

신군부의 조작에 악용된 것"

국립현대미술관이 천경자 화백의 작품으로 소장중인 일명 ‘미인도’국립현대미술관이 천경자 화백의 작품으로 소장중인 일명 ‘미인도’


“천경자 ‘미인도’ 논란의 핵심인물은 김재규?”

위조범 권 모씨도, 미술계 감정 전문가도 아니다. 김재규(1926~1980) 전 중앙정보부장이 ‘미인도’ 논란의 키맨(Key Man)으로 떠올랐다. 최근 검찰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천경자(1924~2015) 화백의 작품으로 소장하고 있는 일명 ‘미인도’에 대해 ‘진품’ 결론을 발표했지만 ‘진위 공방’은 더욱 달아올랐다. 천 화백의 생전 의지를 따라 ‘위작’을 주장하는 유족 측은 27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감정에 참여했던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 최근 검찰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실추되고 국립현대미술관의 권위도 떨어진 상황에서 여론까지 “작가가 위작이라는데 진품 결론은 못 믿겠다”는 추세다. 반면 뤼미에르 광학연구소의 진위감정도 오류와 번복이 있었다는 외신보도 등 그 신뢰도를 100%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미술계 관련 전문가들은 여전히 ‘진품’이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眞, “김재규 부담스러워 ‘아니다’ 한 듯”=이번 검찰 발표에서 분명히 확인된 것은 해당 그림의 출처가 김재규(1926~1980) 전 중앙정보부장의 집이라는 사실이다. 검찰에 따르면 천 화백은 1976년 12월 대구의 한 화랑업자로부터 당시 중앙정보부 대구분실장 오 모 씨를 소개받아 이듬해 ‘미인도’를 포함한 그림 2점을 건넸다. 이후 오 씨의 처가 대학동문인 김재규의 부인에게 ‘미인도’를 선물했다는 것. 검찰은 “(김재규의)유족을 통해 당시 성북구에 있는 집 거실에 그림이 걸려있던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미술계 일각에서는 국사범(國事犯)인 김 전 정보부장이 작품을 소장하게 된 배경을 두고 천 화백이 정치적 부담감을 느껴 ‘가짜’라고 주장한 것이라는 수군거림이 오랫동안 돌았다. 실제 위작논란이 처음 불거져 천 화백이 절필 선언까지 한 1991년은 신군부 세력의 일원이던 노태우 대통령 집권기였다. 한편에서는 천 화백의 두 번째 남편인 김남중 전 전남일보 사장의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그림이 김재규에게로 전해졌을 것이라는 얘기도 회자되며 작가 뜻에 반(反)하는 의혹을 부추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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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僞, “김재규 파렴치범 조작의 희생양”=동일한 소장 이력을 두고 반대로 일각에서는 김재규라는 인물을 왜곡하려는 신군부의 조작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회운동가인 함세웅 신부는 “신군부가 쿠데타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김재규를 부정축재의 파렴치범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나온 조작된 얘기”라고 언론을 통해 밝힌 바 있다. 실제 신군부는 1979년 12월 김재규의 집에서 고가의 자기류와 고서화 100여점이 발견됐고 진열이 곤란하자 창고에 방치해 둔 상태였다는 내용의 ‘김재규 비위사실’을 공표했다. ‘위작’을 주장하는 쪽에서는 천경자로 상징되는 ‘고가 미술품’의 소장 사실이 김재규를 부정축재자로 조작하는데 이용됐다는 입장이다. 천 화백의 유족 측 공동변호인단은 “검찰은 공정수사의 의지가 처음부터 없었던가, 아니면 상부의 압력에 휘둘린 것인가”를 물으며 날을 세웠고, 변호인단 소속 배금자 변호사는 “김재규에 대한 역사적 평가가 달라지는 것을 막는 외압이 (검찰 수사에) 작용했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관련 내용을 보완해 조만간 공식적으로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천경자라는 화가와 그 작품세계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 없이 소모적 논란만 가중되는 것에 대해 학계는 우려하고 있다. 1991년 당시 국립현대미술관 담당 학예사였던 이인범 상명대 교수는 “작가가 작품 아닌 ‘논란’으로 소비되는 것은 깊은 유감”이라며 “전시를 통해 ‘미인도’를 대중에 공개하는 것도 해법의 일환이며, 무엇보다 학술 심포지엄 등을 통해 이론적·체계적 근거를 확보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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