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스마트폰을 구매할 때부터 미리 설치돼있는 일명 ‘선탑재 애플리케이션(앱)’을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지 기준 마련에 나섰지만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구글의 앱 선탑재에 대한 정부의 불공정 행위 조사 역시 중단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27일 정부에 따르면 선탑재 앱 삭제를 막는 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해 이르면 내년 1월 말부터 시행될 전망이지만, 방통위는 시행을 앞두고도 어떤 경우가 앱 삭제를 막는 것인지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앞서 이 내용은 지난 9월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체 회의에서 의결됐었다.
문제는 ‘어떤 앱까지 선탑재를 허용할 것인가’ 하는 논의가 진전을 보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방통위는 또 새로 출시되는 앱만 시행령 적용 대상으로 할지, 아니면 기존 앱까지 포함할지 여부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무엇이 앱 삭제를 부당하게 막는 행위인지, 아닌지를 일괄적으로 판단하기는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며 “시행 이후 사례별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지난 11월부터 업계와 학계 전문가 등으로 연구반을 운영하며 어떤 앱의 선탑재를 허용할지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4년 1월 미래부가 발표했던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손질하는 수준의 논의만 이뤄지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은 선탑재앱을 하드웨어의 고유 기능,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요하거나 OS 설치·운용에 요구되는 ‘필수앱’과 그렇지 않은 ‘삭제 앱’으로 구분하고 2013년 말 60~80개던 선탑재 앱을 50~60개(올해 9월 기준)로 줄였으나 당시 권고사항에 그쳐 강제성이 없었다.
최동녕 녹색소비자연대 ICT소비자정책연구원 정책팀장은 “선탑재를 막는 법적 근거가 있어도 (선탑재 허용 범위) 기준이 없다면 시장에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고, 애매한 규정에 업계는 슬쩍 빠져나가는 등 정부가 기껏 마련한 법적 근거가 힘을 잃을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공정위는 네이버와 다음의 구글 앱 선탑재 제소에 대해 ‘구글이 선탑재를 강제한 것이 아니라 제조사가 선택한 것’이라는 취지의 서면 보고서를 국회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정재찬 공정위원장이 “선탑재의 강제성을 면밀히 다시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과 배치되는 것이다. 앞서 지난 4월 유럽연합(EU)은 구글의 앱 선탑재를 반독점행위로 보고 최대 75억 달러(약 8조원)의 과징금 부과 절차에 돌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