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

[위기의 보험산업…저축성보험 비과세 한도 축소] 저금리·불황·자본확충 3중고에 설계사 이탈 우려까지

<하> 흔들리는 영업조직

설계사 90% 年 4,000만원도 못벌어

영업활동 재투자로 실소득 더 적어

영업망 뿌리째 흔들리며 업계 타격

2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보험 대리점주와 설계사들이 장기저축성 보험 비과세 한도 축소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제공=보험대리점협회27일 오전 서울역 광장에서 보험 대리점주와 설계사들이 장기저축성 보험 비과세 한도 축소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제공=보험대리점협회




기획재정부가 ‘2016년 세법 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한 27일 오전 서울역 광장 앞에 보험 대리점 운영자와 보험 설계사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기재부의 시행령 개정안에 포함된 장기 저축성보험 비과세 혜택 축소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기 위해서였다.


시행령 개정안에 따르면 현재는 저축성보험을 10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 소득에 대한 세금 14.5%가 면제되지만 앞으로는 일시납의 경우 1억원, 월적립식은 최대 월 150만원까지만 비과세 혜택이 적용된다. 이날 집회를 주최한 보험대리점협회 측은 “보험 차익에 대한 비과세 혜택 축소는 고령 시대 국민의 노후 준비에 역행하고 보험 상품 경쟁력 및 영업력을 약화시키는 결정”이라며 “이로 인해 상당수 보험 설계사와 보험 대리점이 생계 수단을 잃게 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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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 업계는 월 적립식 저축성보험의 가장 큰 매력인 비과세 혜택이 줄어들면 자연스레 신규·추가 가입이 감소하고 이에 따라 보험설계사들의 소득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다시 말해 보험설계사들의 소득은 월 납입 보험료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데 월 적립식 상품의 납입 한도가 제한될 경우 수입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현재 전국 보험설계사의 월 평균 소득은 295만원 정도다. 전체 설계사의 89.4%가 연평균 소득이 4,000만원을 밑돈다. 게다가 영업활동 등에 재투자해야 하는 비용을 제외하면 실제 소득 수준은 더 낮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보험사들은 설계사들의 소득이 줄어들 경우 영업활동을 그만두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영업조직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가뜩이나 저성장·저금리 등의 영향으로 신규 계약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보험 신 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본 확충 부담까지 커진 상황에서 영업의 근간인 설계사 이탈마저 속출하면 경영에 막대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는 걱정이다.

실제로 지난 2013년 보험차익 비과세 요건이 강화된 후 이미 월 적립식 보험 상품의 계좌 수와 가입자 수, 보험료 수입이 매년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영업 현장을 떠나는 설계사도 계속해서 늘고 있다. 삼성·한화·교보 등 대형 생보사들의 월 적립식 계좌 수는 2013년 98만 계좌에서 2015년 84만으로 줄었고 같은 기간 가입 인원도 78만명에서 67만명으로 감소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금융 당국이 계속해서 비대면 금융 상품 개발 및 판매를 권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보험 영업의 핵심은 설계사 조직”이라며 “당장 세수 증대 효과도 없는 비과세 한도 축소는 서민층에 해당하는 보험설계사들의 생계와 악재의 늪에 빠진 보험사들을 더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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