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스승에 카네이션·캔커피 허용"...석달째 보수작업하는 김영란법

직접적 직무관련성 있어도

원활한 직무 수행·사교 땐

'3·5·10' 주고받기 허용도





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선물세트 사전예약판매 행사에 삼겹살 1.0㎏과 목심 0.5㎏으로 구성된 ‘돈육실속구이세트(4만9,000원)’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27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선물세트 사전예약판매 행사에 삼겹살 1.0㎏과 목심 0.5㎏으로 구성된 ‘돈육실속구이세트(4만9,000원)’가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연합뉴스


대한민국 사회의 거대한 실험인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시행 석 달을 맞았지만 법 적용을 둘러싼 혼선을 정리하기 위한 ‘보수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정부는 법과 도덕이 뒤섞인 청탁금지법을 다듬는 작업이라고 하지만 법 시행 전에 예상되는 문제까지 막지 못한 것은 행정능력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가장 논란이 되면서 법을 우습게 만들었다는 힐난까지 들었던 내용은 스승의 날 카네이션 문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9월28일 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학생을 평가하는 교사나 교수는 단돈 1원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그러나 교사나 교수를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매도하면서 카네이션이나 캔커피 등 금품수수로 보기 어려운 것까지 법을 적용한다는 비판이 일었다. 결국 정부가 학생이 공개적으로 교사나 교수에게 전달하는 카네이션이나 캔커피는 청탁금지법 위반이 아니라고 최종 결론을 내렸다. 직접적 직무 관련성이 있을 때는 음식이나 선물, 부조금이 전면 금지됐던 법 해석을 바꿔 원활한 직무수행이나 사교 의례의 목적에 맞으면 3·5·10만원 이내에서 허용된다.

박경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은 “학부모 단체와 교육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 끝에 스승의 날이나 수업 시간에 학생이 선생님이나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카네이션이나 캔커피를 주는 정도는 사회 상규상 허용하도록 (법 해석을) 탄력적으로 열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부위원장은 청탁금지법 유권해석을 위한 관계 부처 태스크 포스(TF)를 이끌고 있다. 권익위는 교육부와 최종 조율을 거쳐 내년 초 카네이션과 캔커피 선물 등에 대한 허용 입장을 공식 발표할 계획이다.


또 인사 평가자와 대상자의 관계처럼 직접적 직무 관련성이 있는 경우에도 금품 수수가 일부 허용된다. 그동안 단돈 1원의 금품 수수도 금지했지만 앞으로는 사교 의례나 사회 상규 등의 목적에 맞는다면 3·5·10만원 이내에서 선물이나 음식, 부조금을 줄 수 있다. 이를 위해 권익위는 그동안 해설집 등에 담았던 직접적 직무 관련성이라는 개념을 폐지해 결혼식과 장례식 등에 금품을 줄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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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심 금품 수수 전면 금지에 환영했던 이해 관계자들은 헷갈린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세무조사를 하는 국세청과 납세자를 대리하는 세무사는 실질적으로 갑을 관계이면서 다른 업계보다 경조사 챙기기를 중시하는 관행을 갖고 있다. 이런 경우 경조사비를 줘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애매한 것이다. 실제 ‘청탁금지법 1호 재판’인 경찰관에게 떡 4만5,000원어치를 준 고소인은 사교와 의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도 처벌 대상이다.

하나의 원칙을 세우지 못한 권익위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권익위는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건의를 수용해 어린이집 교사를 법 적용 대상에 넣었지만 지난 16일 유권해석 TF에서는 법제처가 공적 업무를 위탁받은 기관(어린이집)과 구성원(교사)은 구분하는 것이 법리상 맞다며 권익위의 해석에 제동을 걸었고 결국 대상에서 빠졌다. 민원성 청탁에 가까운 쪽지 예산 역시 국회와 기획재정부의 입장이 엇갈리지만 권익위는 예산은 국회의 권능이어서 판단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행 3개월째를 맞은 청탁금지법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는 높은 상태다. 한국행정연구원이 일반인과 기업인, 공직자 등 3,56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85.1%가 시행에 찬성하고 82.5%는 부조리 관행이나 부패문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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