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보수신당마저 '좌클릭'...벼랑끝 내몰리는 재계

"反기업 법안 양산 우려"

상법 개정안 등 통과 가능성 높아져

기업 지주사 전환·경영권 방어 '암운'



새누리당에서 탈퇴한 개혁보수신당(가칭)이 ‘좌클릭’ 경제정책을 신당 정강에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계는 우려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재벌개혁을 강하게 부르짖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등 기존 야당에 더해 개혁보수신당마저 ‘개혁’을 명분으로 반기업적 색채를 띨 것으로 예상되면서 기업 옥죄기 법안들이 무더기로 양산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4대 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28일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에 맞서 우리 기업들에 힘과 추진동력을 불어넣어줘야 할 엄중한 시기인데 경제정책의 시곗바늘이 자꾸만 거꾸로 돌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은 △개혁보수신당의 경제정책 좌클릭 △기업 옥죄기 법안 통과 가능성 고조 △기업 총수들의 출국금지 △관세 장벽을 포함한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등 그야말로 ‘퍼펙트 스톰’에 겹겹이 포위된 상황이다.

우선 국회가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에 대기업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무기 삼아 야당은 물론 개혁보수신당도 예리한 칼날을 정조준하고 있다.

강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10대 재벌개혁을 지켜볼 것이며 특히 삼성 개혁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때 보수적인 경제정책 노선을 추구했던 개혁보수신당 의원들은 ‘경제는 진보’라며 정책 차별성을 예고하고 나섰다.

더욱 공고해진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기업들의 ‘저승사자’로 여겨지는 상법 개정안을 비롯한 경제민주화 법안들이 통과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야 3당과 개혁보수신당은 상법 개정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 폐지, 법인세 인상 등 기업 경영활동을 옥죄는 법안을 무더기로 상정할 것으로 보인다.

상법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출 △집중투표제와 전자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주주대표소송제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국회가 대기업을 희생양으로 ‘포퓰리즘 경제정책’을 쏟아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며 “글로벌 주요2개국(G2)을 중심으로 보호무역 전쟁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은 발목에 족쇄가 채워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대기업들은 그야말로 좌불안석이다. 이전만 하더라도 국회와 정부를 대상으로 무리한 경제민주화 법안의 맹점과 위험성을 알리고 대응논리도 설명했지만 지금은 ‘방패막이’마저 사라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해체 위기에 놓여 있고 다른 경제단체들도 최순실 사태를 의식해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재계는 이들 법안이 현실화될 경우 과거 SK그룹을 공격한 헤지펀드 ‘소버린’ 같은 해외 행동주의 펀드들이 시세차익을 노려 경영권 간섭에 나서고 경영권 방어에도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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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구조 효율화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그룹·현대자동차그룹·롯데그룹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사실상 진보적 경제정책을 내건 개혁보수신당이 대기업의 지배구조 전환을 어렵게 하는 야당의 움직임에 동조할 수 있어서다.

야당 의원들은 자사주를 이용한 재벌 오너들의 지배력 강화와 경영권 승계를 제한하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대기업집단 소속 회사가 지주회사로 전환하기 위해 회사를 분할할 경우 반드시 자사주를 미리 소각하도록 의무화했다.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서는 지주회사를 설립할 수 없도록 재갈을 물린 것이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가 두 개로 분할할 때는 의결권이 부활한다. 기업 오너나 총수들이 회사 분할 때 의결권이 살아난 자사주를 활용해 지배구조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는 만큼 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의미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6개월 이내에 지주회사 로드맵을 내놓기로 했다.

올해 경영권 분쟁을 겪은 롯데그룹·현대차그룹, 회사 분할에 나선 현대중공업도 지주회사 전환을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지주회사 저지 법안이 통과되면 이 같은 비전과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10대 그룹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으로 경영활동에 제동이 걸리고 지주회사 저지 법안으로 지배구조 단순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외부 라이벌과 싸우기도 빠듯한데 우리는 국회와 싸워야 하는 한심한 처지에 놓여 있다”고 토로했다.

글로벌 경영여건도 시간이 갈수록 험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다음달 취임한다. 자국 경제 우선주의를 내세워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과 중국에 대한 방어벽을 높이 세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중국과 신흥국가들도 전자제품·철강·배터리 등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품목에 대해 관세·비관세 장벽을 더욱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본부장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치열하게 싸울 수 있도록 힘을 줘야 할 시기인데 상황은 정반대로 돌아가고 있다”며 “경제민주화 법안에 매몰되지 말고 고용과 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기업 활성화 법안을 먼저 처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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