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표준화기구 확약(FRAND)에 따라 표준특허는 이용을 원하는 사업자 누구에게나 차별 없이 제공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퀄컴은 다른 칩셋 제조사가 특허계약 체결을 요구하면 이를 거부하거나 판매처를 자사의 고객사로 제한했다. 이렇게 강화된 시장지배력을 지렛대 삼아 칩셋 공급 중단 위협까지 했다고 한다. 특히 휴대폰 제조업체와 특허권 계약을 할 때 자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했다. 특허 사용료를 칩셋이 아닌 가격이 높은 단말기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한 것이다. 여기에다 사용료를 정액이 아닌 비율로 정하다 보니 고가 스마트폰일수록 더 많은 로열티를 받아간다. 현재 국내 휴대폰사들이 퀄컴에 주는 특허 사용료는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한다.
퀄컴의 일방통행식 요구로 협상조차도 사실상 불가능해 퀄컴이 달라는 대로 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오죽했으면 ‘퀄컴세’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더 문제는 퀄컴이 특허권을 남용한 탓에 업계의 혁신이 방해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칩셋 가격도 만만치 않은데 막대한 특허 사용료까지 부담하다 보니 휴대폰 제조업체로서는 원가를 줄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퀄컴이 정보기술(IT) 업계의 혁신 경쟁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허권을 무기로 우리 업체에 부당한 계약을 강요하는 특허괴물은 퀄컴만이 아니다. 공정위 조치를 계기로 특허권자만 수혜를 입는 폐쇄적 생태계가 누구든 자신이 이룬 혁신의 대가를 누리는 개방적 생태계로 바뀌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