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퀄컴에 사상최대 1조 과징금]기술우위 앞세운 '표준특허 갑질'에 철퇴..."삼성·애플 최대수혜"

휴대폰사에 칩셋-특허라이선스 묶어 팔고

퀄컴은 상대회사 특허 무상으로 요구하기도

퀄컴 기술력 높아 시장 우위는 유지될 듯





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이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2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들이 퀄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퀄컴에 내린 1조300억원의 과징금과 사업 모델 변경 명령은 1981년 공정위가 설립된 이래 가장 강력한 제재다. 특히 퀄컴의 특허권 남용에 대해 미국과 유럽연합, 대만 등의 경쟁당국도 장기간 조사 중이어서 여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 사정에 밝은 법조계 관계자는 “퀄컴이 우려하는 것은 과징금보다는 사업 모델을 변경하라는 것이고 가장 크게 걱정하는 것은 다른 나라 경쟁당국의 제재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퀄컴은 공정위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며 당장 행정소송에 나설 뜻을 밝혔다. 반면 삼성과 애플 등 퀄컴과 거래하는 휴대폰 제조사 들은 내심 공정위의 이번 결정에 반색하고 있다.


◇퀄컴 표준특허로 칩셋·휴대폰사에 갑질=CDMA 등 퀄컴의 이동통신기술이 2000년대 중반 이후 전 세계 표준이 되면서 독과점적 환경이 조성됐다. 이런 환경에서 공정위가 문제 삼은 퀄컴의 부당 행위는 크게 세 가지다.

퀄컴은 인텔이나 미디어텍 등 경쟁 칩셋 제조사가 요구한 특허 라이선스(특허 사용) 계약을 2010년 이후 거부했다. 경쟁 칩셋 제조사는 특허가 없기 때문에 언제든지 퀄컴의 특허권 침해 소송을 당할 수 있으며 이는 경쟁 칩셋 제조사의 칩셋을 구매한 휴대폰 제조사도 마찬가지다.


반면 퀄컴은 휴대폰 제조사가 퀄컴 칩셋을 구매하면 반드시 퀄컴의 특허 라이선스를 함께 구매하도록 연계하고 휴대폰 제조사의 특허를 무상으로 요구했다. 특허 보유 기업이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그랜트(cross grant)는 정보기술(IT) 업계의 일반적인 관행이다. 문제는 퀄컴이 상대 휴대폰 제조사에는 특허 사용료를 요구하고 휴대폰 제조사의 특허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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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측은 공정위가 퀄컴과 휴대폰 제조사 간 동반성장 전략을 이해하지 못한 결정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퀄컴이 막대한 투자를 해 개발한 원천기술을 정당한 대가를 받고 휴대폰 제조사와 공유함으로써 이동통신산업이 성장하고 소비자의 혜택으로 돌아갔다는 것이다. 퀄컴은 공정위가 잡은 매출인 38조 원 역시 터무니없다고 규정하고 올해 퀄컴이 전 세계에서 얻은 특허 사용료의 3%만 한국에서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삼성·애플 ‘반색’…퀄컴 시장 우위는 지켜질 듯=공정위의 이번 결정으로 업계에서 가장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는 회사는 삼성과 애플이 꼽힌다. 공정위는 국내에 휴대폰을 제조, 판매한 회사는 모두 시정 조치 대상 기업으로 봤기 때문에 애플이나 화웨이 등 해외 휴대폰 판매회사도 포함된다.

이들을 포함해 LG와 팬택 등 휴대폰 제조 판매사는 칩셋 구매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연계하는 기존 계약을 수정할 수 있다. 또 휴대폰 제조사가 개발한 특허를 부상으로 퀄컴과 공유하는 크로스 그랜트, 퀄컴 특허에 대한 가치 산정 절차 조차 없었던 계약을 모두 철회할 수 있다. 인텔 등 칩셋 제조사에는 퀄컴이 표준특허 사용을 위한 라이선스를 제공하고 부당한 제약을 두지 않도록 했다.

업계에서는 퀄컴과 재계약을 통해 부당한 계약조건을 수정하더라도 퀄컴의 시장 우위는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로서는 퀄컴만큼 기술력을 가졌거나 표준특허를 보유한 기업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공정한 조건 위에서 계약을 맺으려는 업체가 늘어날 것이라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체 개발 칩셋을 쓰는 삼성전자도 내년에는 퀄컴 칩셋을 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라면서 “퀄컴의 칩셋 경쟁사인 인텔의 제품은 중저가폰 정도에만 들어갈 뿐이고 고가폰 시장에서는 퀄컴이 압도적인 시장 판도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세원·정혜진기자 why@sedaily.com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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