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적 비수기에 접어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H형강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제품을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동국제강은 수요에 적기 대응하기 위한 증산(增産)이 어려운 탓이다.
29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 포항 제강소 내 140톤 규모의 전기로(爐)에서 지난 22일 쇳물이 넘치는 사고가 발생해 형강 제조 설비 일부가 가동을 멈췄다. 전기로는 원재료인 철광석과 석탄을 넣어 쇳물을 만드는 고로와 달리 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설비다. 전기로에서 만든 쇳물을 사용하는 동국제강 포항 형강 공장은 연간 100만톤 규모의 H형강을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다.
동국제강은 H형강을 생산할 수 있는 반제품(빌렛) 재고 한 달 치 물량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제강 공장 설비가 가동을 멈춰도 제품 생산에는 차질이 없다는 입장이다. 쌓아둔 반제품을 제품 생산 공정에 투입하면 된다는 얘기다.
하지만 반제품 재고 물량을 소진해 형강 제품을 생산하는 탓에 신규로 밀려드는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증산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형강 제품은 주로 건설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날씨가 추워지는 4·4분기는 계절적인 비수기다. 하지만 최근 원료가 되는 철 스크랩(고철) 가격 상승과 중국 철강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국내 유통 가격이 크게 오르고 있다.
지난 23일 기준으로 H형강 유통가는 톤당 71만원으로 4·4분기 초인 10월에 형성됐던 톤당 67만원 대비 6% 가량 올랐다. 통상 연말에 다가설 수록 수요가 줄어 가격도 떨어지는 것과 대비되는 흐름을 보이는 것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형강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유통상들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형강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현대제철은 이 같은 일시적인 수요 증가에 적기 대응하기 위해 인천과 포항 형강 공장을 비수기임에도 이례적으로 풀가동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H형강 재고를 충분히 확보해놓기 위한 차원이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29일 재가동 테스트에 들어갔고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 가동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