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선택은 역시 ‘무한도전’의 유재석이었다.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유재석이 김구라를 제치고 대상을 수상하며 MBC에서만 도합 여섯 번째 대상을 수상하는 신기록을 달성했다.
■ 긴장감 넘쳤던 최우수상 발표, 맥빠진 대상 발표
MBC가 ‘2016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후보로 발표한 사람은 ‘무한도전’의 유재석과 정준하, ‘복면가왕’의 김성주와 ‘복면가왕’과 ‘마리텔’의 김구라 등 모두 네 명이었다.
그리고 MBC는 마지막 대상 발표를 더욱 쫄깃하게 만들기 위해 최우수상에서 흥미로운 선택을 벌였다. 뮤직 토크쇼 부문 최우수상 후보에 김성주와 김구라를, 버라이어티 부문 최우수상 후보에 유재석과 정준하를 각각 올린 뒤 최우수상 수상자는 대상에서 자동으로 제외한다는 흥미로운 규칙을 도입한 것이다.
사실 이것은 MBC 예능이 공중파 3사 중에서는 그래도 전반적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MBC 예능이 침체 분위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대상 후보 4인을 제외하면 최우수상을 줄 마땅한 후보조차 찾기 힘들기에 나온 고육지책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선택으로 최우수상 발표는 매우 긴장감이 넘치는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며 큰 웃음을 선사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김성주와 정준하는 수상에 기뻐하기보다 오히려 대상 후보에서 자동탈락한 것을 아쉬워하는 모습으로, 김구라와 유재석은 대상 후보에 진출하며 최우수상 수상 실패를 기뻐하는 모습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 선택으로 인해 정작 가장 중요한 대상 발표가 맥이 빠져버린 것도 사실이다. 김구라와 유재석은 김구라의 대상으로 끝난 2015년에 이어 2년 연속 대상 후보에서 격돌하는 리턴 매치였지만, 김구라가 이미 앞서 PD상을 받으면서 유재석에게 대상을 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날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 수상 유력자로 가장 많이 거론된 후보는 사실 유재석이 아닌 정준하였다. 박명수와 하하 등 ‘무한도전’ 식구들은 물론 대상 후보에 함께 오른 유재석까지도 공공연하게 정준하를 응원하며 정준하가 대상을 수상하는 분위기로 몰아갔다.
하지만 결국 SBS와 KBS에서 2016년 무관에 그친 유재석은 마지막 연예대상인 MBC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2016년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됐다. “우주의 기운이 유재석에게 모이고 있다”던 김구라의 말처럼 만일 유재석이 SBS나 KBS에서 대상을 받았다면 MBC의 대상은 유재석이 아닌 정준하나 김성주의 몫이었을지도 모른다.
■ 클래스를 보여준 국민 MC의 수상소감 “국민 모두가 꽃길을 걷는 한 해가 되길”
대상 발표 자체는 다소 맥이 빠졌지만, 그래도 유재석은 모두가 인정하는 ‘국민 MC’ 다웠다. 2015년 ‘런닝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김병만과 SBS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이후 유재석의 수상소감에는 가시가 돋힌 기운이 느껴졌지만,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이후 유재석의 수상소감은 국민 MC다운 한 마디 한 마디가 구구절절 새겨들어야 할 정도로 의미심장했다.
먼저 유재석은 본인조차도 응원했던 정준하의 대상 수상 실패에 대해 “감사함보다 상을 받을수록 죄송한 마음이 크다”며 정준하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그리고는 ‘무한도전’에서 하차한 정형돈과 노홍철, 길과 새로 합류한 황광희, 양세형을 거론하며 ‘무한도전’ 멤버들에 대한 애정도 함께 보였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이 다음부터였다. 유재석은 멤버들의 평균 나이가 이제 40대를 훌쩍 넘어가면서 ‘무한도전’의 노령화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의식했는지 “저를 포함해서 멤버들의 나이가 너무 많지 않냐는 이야기를 하신다”며, “이적 씨가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 지금 나이가 살아온 날 중 가장 많은 나이일 수 있지만 남은 날 중 가장 젊은 날이라는 이야기를 해줬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까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내년에도 시청자들이 허락해주시는 동안 열심히 하겠다”며 2017년에도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열심히 ‘무한도전’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
그리고 최근 ‘무한도전’에서 역사 힙합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유재석은 “요즘 역사를 공부하면서 나라가 힘들 때 어려울 때 나라를 구하는 것은 국민이고,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며, “요즘 꽃길 걷는다는 표현을 많이 쓰는데, 소수의 몇몇 사람이 꽃길을 걷는 게 아니라 모든 국민 여러분들이 꽃길을 걷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며 국정농단 사태와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 등으로 어수선한 정국을 꼬집으며 국민의 힘을 강조했다. 수상소감은 정말 흠잡을 곳 없는 ‘국민 MC’다운 수상소감이었다.
한편 2016년 한 해 MBC 예능을 총 결산하는 ‘2016 MBC 방송연예대상’은 유재석, 김구라, 김성주, 정준하 등 네 명이 대상후보에 오른 가운데, 29일 오후 9시 30분부터 MBC를 통해 생방송으로 진행됐다.
■ 2016 MBC 방송연예대상 수상자 ▲ 대상 = 유재석(무한도전) ▲ 시청자가 뽑은 올해의 예능 프로그램상 = 무한도전 ▲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최우수상 = 정준하(무한도전) ▲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최우수상 = 이국주(나혼자산다, 우리 결혼했어요) ▲ 뮤직토크쇼 부문 남자 최우수상 = 김성주(복면가왕) ▲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우수상 = 허경환(진짜사나이) ▲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우수상 = 박나래(나혼자산다) ▲ 뮤직토크쇼 부문 남자 우수상 = 유영석(복면가왕) ▲ 뮤직토크쇼 부문 여자 우수상 = 솔비(복면가왕, 라디오스타) ▲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신인상 = 박찬호(진짜사나이) ▲ 버라이어티 부문 여자 신인상 = 이시영(진짜사나이) ▲ 뮤직토크쇼 부문 남자 신인상 = 한동근(듀엣가요제) ▲ 뮤직토크쇼 부문 여자 신인상 = 신고은(섹션TV 연예통신, 복면가왕) ▲ 버라이어티 부문 특별상 = 전현무(나혼자산다) ▲ 뮤직토크쇼 부문 특별상 = 윤종신(라디오스타) ▲ 가수 부문 특별상 = 하현우(복면가왕) ▲ PD상 = 김구라(복면가왕, 마리텔) ▲ 베스트 커플상 = 에릭남, 솔라(우리 결혼했어요) ▲ 베스트 팀워크상 = 복면가왕 ▲ 인기상 = 양세형(무한도전), 조세호 차오루(우리 결혼했어요) 한혜진(나혼자산다) ▲ MC상 = 백지영, 성시경, 유세윤(듀엣가요제) ▲ 올해의 작가상 = 이혜영(진짜사나이) ▲ 공로상 = 故 구봉서 ▲ 라디오 부문 최우수상 = 배철수(배철수의 음악캠프) ▲ 라디오 부문 우수상 = 김신영(정오의 희망곡 김신영입니다), 김현철(오후의 발견 김현철입니다) ▲ 라디오 부문 신인상 = 강타(강타의 별이 빛나는 밤에), 박수홍(최유라, 박수홍의 지금은 라디오 시대) ▲ 라디오 부문 작가상 = 박금선(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 ▲ 라디오 부문 특별상 = 정철진(김동환의 세계는 우리는), 이하나(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 ▲ 시사교양 부문 특별상 = 왕상한(시사토크 이슈를 말하다) ▲ 시사교양 부문 작가상 = 조희정(PD수첩), 허현정(문화사색)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