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독일은 닮았다. 지정학적으로 한국은 사회주의 거대 대륙국가 중국과 산업선진국 섬나라 일본과 이웃하고 있으며 한국전쟁 때 혈맹인 미국의 지원을 받았다. 독일도 사회주의 거대 대륙국가 러시아와 산업혁명 발상지 섬나라 영국과 이웃이며 2차대전 승전국 미국의 지원(마셜플랜)을 받았다. 민족적으로 한민족은 북방에서 이주한 몽골족이고 독일도 북구에서 따뜻한 곳을 찾아 남하한 게르만족이다. 역사적으로는 오랜 기간 외세의 침략에 시달려온 것뿐 아니라 2차대전 이후 민주 진영과 공산진영으로 분단됐다는 사실도 닮은 점이다. 경제에서는 석유가 나지 않는 자원 빈국이고 수출의존 경제구조를 지녔다는 점, 교육국가로 일컬을 만큼 인적 자원을 중시해왔으며 압축성장을 성공시킨 점, 분배와 이념을 둘러싸고 심한 갈등이 있었다는 점 등이 양국의 공통된 경험이다.
한국과 독일은 다르기도 하다. 무엇보다 한국은 2차대전 전범국 일본의 지배를 받은 피해국이지만 독일은 전범국인 점에서 상반됐다. 또한 한국은 분단에 이은 동족상잔의 전쟁을 치렀으나 독일엔 그런 비극이 없었고, 분단 70년이 넘도록 남북 화해를 이루지 못한 한국과 달리 독일은 1970년대부터 동서 간 교류에 이어 통일을 이뤘다는 점이 판이하다. 지리적으로 한국은 국토의 3면이 바다이며 북쪽 분단으로 막힌 것과 달리 독일은 북부만 해안이고 3면이 내륙이다. 경제에서도 섬유·경공업으로 초기산업을 일으킨 한국과 철강·중기계·중전기 등을 중심으로 한 중공업 국가를 이룬 독일이 다르다. 또한 한국 경제는 여전히 성장과 분배의 갈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반면, 독일 경제는 국민적 합의와 사회적 대타협을 바탕으로 분배의 갈등을 성공적으로 극복해 나가고 있다.
한독경제인회(KGBC)가 쓴 ‘독일을 이야기하다’는 독일에 대한 모든 것을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각계 46인의 집필진이 소개하는 독일의 역사·문화·경제·정치 이야기는 방대하면서도 통찰력이 빛난다. 공동저작이 지닌 미덕으로 꼽을 만하다. 저자들은 “우리에게 독일은 훌륭한 선행 모델이며 독일의 성공 사례는 물론 실패 사례도 우리에게 소중한 반면교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이 우리나라의 평화통일과 선진화의 나침반이 되기 바란다는 저자들의 기대 또한 결코 과장된 것으로 치부할 수 없다. 무엇보다 지금 우리 사회가 처한 남북간 대화 단절과 경제·사회적 갈등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는 점에서 이 책은 존재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독일은 어떤 나라인가? 독일로부터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이들이라면 눈을 들어 독일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전2권, 각권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