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의 청년실업률이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가 동시에 집권한 2013년 이후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연속 한국의 청년실업난이 일본보다 심각했으며 특히 올해는 한국 청년실업률이 일본의 2배에 이를 정도로 격차가 벌어졌다. 아베 총리 취임 이후 꿈틀대는 일본 경제와 달리 힘없이 저성장 터널로 빠져드는 한국 경제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31일 한일 양국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청년(15~29세) 실업률은 박 대통령이 취임한 2013년 8%로 2012년보다 0.4%포인트 올랐다. 반면 아베 총리가 취임(2012년 12월)한 후 첫 해인 2013년 일본 청년(15~24세) 실업률은 6.9%로 1.2%포인트나 내렸다. 이에 따라 양국의 청년실업률은 2000년 이후 13년 만에 역전됐다. 청년의 군복무가 의무화된 한국은 청년실업률을 15~29세 기준으로 사용하며 일본은 15~24세를 주된 청년실업률 통계로 활용한다.
2013년 이후 재역전은 커녕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2014년 한국은 9%로 1%포인트 급등한 반면 일본은 6.3%로 0.6%포인트 하락했다. 2015년에도 한국이 9.2%로 0.2%포인트 오른 데 반해 일본은 5.5%로 0.8%포인트 내렸다. 올해도 한국은 11월까지 평균 9.9%로 0.7%포인트 오르며 더욱 악화됐지만 일본은 5.2%로 0.3%포인트 개선됐다. 11월만 놓고 보면 한국이 8.2%, 일본이 4.1%로 격차는 정확히 2배로 벌어졌다.
청년 실업대란의 대명사는 원래 일본이었다. 1990년대 초반 경제 버블이 붕괴되기 전까지 일본의 청년 실업률은 2~3%대의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1993년 5%를 넘더니 1998년에는 7.7%까지 올랐으며 2003년에는 10%를 넘어(10.1%)섰다. 기업들은 버블 붕괴로 막대한 부실 채권을 떠안게 됐고 디플레이션으로 매출도 늘지 않았다. 한번 채용하면 은퇴까지 회사가 책임지는 종신고용 시스템으로 직원들의 해고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은 청년 채용 축소였고 청년실업률은 수직 상승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 취임 이후 5%대 초반으로 하락하는 등 안정적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한일 양국의 청년실업률이 상반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모두 정부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일본은 국내총생산(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 후반대로 한국(50%대)보다 낮다. 내수 비중이 높다는 뜻으로 2013년 이후 세계경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여도 내수를 기반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반면 한국은 수출 부진 속에 빠른 성장을 유도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또 일본은 청년층 절대 인구 자체가 줄어들며 청년실업률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양국의 청년실업률 차이가 2배에 이를 정도로 벌어지면서 정부의 정책실패도 무시하지 못한다는 분석이 대다수다. 우리 기업은 계속되는 경기 부진,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한 경제·정치 상황으로 채용과 관련해 몸을 움츠리고 있다.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경제성장률이 뛰는 등 경기가 호전되다 보니 청년실업률도 하락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문제는 한국의 청년실업률이 내년에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올해는 9%대로 한 자릿수에 머물겠지만 내년에는 10%대를 돌파해 프랑스, 스페인 등 청년실업난이 심각한 유럽 국가들과 같이 ‘청년실업률 두자릿수 클럽’에 가입하는 오명을 쓸 수도 있다. 올해 11월까지 청년실업률은 평균 9.9%였다. 아직 발표가 안된 12월 수치가 지난해(8.4%)와 같다고 가정하면 올해 연간 청년 실업률은 9.8%를 기록하게 된다. 프랑스의 청년실업률은 20%대 중반이며 스페인은 40%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보면 한국 청년실업률은 이미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다. 2015년 현재 10.5%로 독일(7.3%), 노르웨이(9.9%)보다 높았다.
/세종=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