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1천만 촛불, ‘안심(安心)’집회의 숨은 영웅들

진료소, 미아보호소 등의 자원봉사자들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임시 진료소에서 촛불을 들어 보이고 있다./이종호 기자‘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회원들이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설치된 임시 진료소에서 촛불을 들어 보이고 있다./이종호 기자




“어디가 안 좋으셔서 오셨어요?”


2016년 마지막 날이자 10차 촛불집회가 열린 31일 광화문 광장 임시 진료소에서 만난 이미옥(33)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진료단 팀장은 진료소를 찾은 시민들에게 구급약을 나눠주느라 분주했다.

이 팀장은 촛불집회가 시작된 이래 매주 인의협 회원들과 시민들의 건강을 지켜왔다. 인의협 자원봉사팀은 이날도 30여명이 넘는 시민들에게 응급처치를 해줬다.

인의협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한 사회적 약자를 위해 지난 1987년에 의사와 활동가들이 모여 만든 단체다. 봉사를 나온 인의협 소속 의사인 박현주(43·여)씨는 “추운 날씨에도 매주 집회에 나와 대통령 탄핵을 이끈 시민들을 도울 수 있어 즐겁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9일 1차 집회가 열린 이래 10주째 계속되는 촛불집회가 ‘무사고’로 진행될 수 있었던 데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몰래 선행해 온 숨은 영웅들의 활약이 컸다.

10차 촛불집회가 열린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임시 진료소와 어린이보호소가 설치돼 있다./이종호 기자10차 촛불집회가 열린 3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시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임시 진료소와 어린이보호소가 설치돼 있다./이종호 기자



지난달 10일 3차 집회 때부터 미아보호소를 운영해 온 곽이경(37) 민주노총 대외협력국장도 병신년(丙申年) 마지막 날 진행된 10차 촛불집회에서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묵묵히 자기 역할을 하고 있었다. 곽 국장과 자원봉사자들의 노력으로 연인원 1,000만명이 참여해 사상 최대 규모로 진행된 촛불집회에서 미아 발생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이들의 헌신으로 매주 집회 때마다 미아가 될 뻔한 5~6명의 아동이 부모의 품으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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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인 집회의 한 몫 하고 있는 숨은 영웅들은 자신보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진정한 영웅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곽 국장은 “미아가 발생했다는 방송을 하면 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발 벗고 나서 도왔다”며 “한 시민은 부모가 나타날 때까지 4시간 넘게 아동을 돌보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 팀장은 “우리는 의자에 앉아 편하게 일하고 있는 편이라 힘든 것은 없다”며 “차가운 바닥에 앉아 몇 시간이고 집회를 이어가는 시민들이 훨씬 더 대단하다”고 말했다. 이날 진행된 집회에서도 시민들은 질서를 유지하며 집에서 만들어 온 유자차와 핫초코를 나눠주는 등 마지막까지 ‘안심’ 집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모인 촛불집회 참가자가 누적 인원 1,000만명을 돌파했다. 주말 촛불집회 주최 측인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1일 오후 9시 집회 참가자 누적 인원이 1,000만명을 넘었다고 밝혔다.

/박우인·이종호기자 wipark@sedaily.com

박우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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