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1일 신년사를 통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겠다는 집착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전 신년사에 없었던 ‘선제공격 능력’을 추가하며 핵 능력에 대한 자신감을 표출했다. 특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혀 북한이 한미군사훈련 규모와 한국의 정치일정 등을 고려해 오는 2~4월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관심을 모았던 미국 대선 결과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언급은 생략해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12시30분(평양시 기준 오후12시)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를 녹화 방송했다. 김정은은 검은색 양복 차림과 안경을 낀 모습으로 나타나 28분가량 신년사를 읽어 내려갔다. 김정은은 “지난해 주체 조선의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되어 우리 조국이 그 어떤 강적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동방의 핵 강국, 군사 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며 “제국주의자들의 날로 악랄해지는 핵전쟁위협에 대처한 우리의 첫 수소탄시험과 각이한 공격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폭발시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되었으며 첨단무장장비 연구개발사업이 활발해지고 대륙간탄도로케트(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단계에 이른 것”이라고 말했다.
‘ICBM 시험발사’를 강조함에 따라 북한이 조만간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ICBM을 핵 능력 고도화와 미국으로부터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기 위한 마지막 퍼즐로 보기 때문이다. 탈북한 태영호 전 공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10조달러를 줘도 핵 개발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은 2017년 말까지 핵 개발을 완성해 트럼프와 대화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이 빠르면 8일 김정은 생일 전 또는 20일 트럼프 행정부 출범 전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며 “한국의 새 정부 출범 전 한두 차례 더 시험 발사해 올해 안에 ICBM 능력을 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를 직접 언급하지 않은 배경도 관심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트럼프에 대한 메시지는 없었지만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으로 미국의 대북정책을 바꾸라고 간접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은 국내 정치 상황과 관련,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매국 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민족적 투쟁을 힘있게 벌여야 한다”며 신년사에서 처음으로 박 대통령의 실명을 언급했다. 또 최순실 사태와 촛불집회도 언급하며 국내 정치 개입도 시도했다. 김정은은 또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며 이례적으로 자아비판을 해 관심을 끌었다. 다만 지난해 7차 당대회 이후 나온 신년사였지만 새로운 정책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