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5년간 동아쏘시오그룹을 이끌어왔던 강신호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고 4남인 강정석(52)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해 그룹 경영을 책임진다. 강정석 회장을 중심으로 한 3세 경영체제가 본격 개막하는 것이다.
동아쏘시오그룹은 2일 창업주인 고(故) 강중희 회장에 이어 지난 1981년 동아제약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그룹을 이끌어온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000640)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추대되고 강정석 홀딩스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한다고 밝혔다.
강 신임 회장은 그동안 그룹 경영을 실질적으로 진두지휘했으나 이번 승진으로 대외적으로도 강정석호(號)의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그는 1964년생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 바이오제약 산업을 이끌 적임자라는 게 내부 평가다. 1989년 동아제약에 입사해 동아오츠카 사장, 동아제약 대표이사 부사장, 동아쏘시오홀딩스 대표이사 사장 등을 역임했다. 동아오츠카 사장 재직 시절에는 영업사원과 직접 음료수 배달을 다니면서 여름에 고생하는 직원을 위해 배달차량에 냉장고를 설치해줄 정도로 내부 소통에 적극적이다.
강 회장은 지난해 10월 유상증자를 통해 그룹의 지주회사인 동아쏘시오홀딩스 지분 26.54%를 확보, 확고한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한 달 뒤인 지난해 11월에는 60대 대표가 이끌던 그룹 핵심계열사 동아에스티에 40대인 민장성 동아오츠카 사장을 앉히는 것을 비롯해 1960년대생 임원을 전진 배치해 친정체제를 구축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관계자는 “새로운 시대에 변화의 흐름이 급박하다 보니 ‘젊은 피’들이 회사를 잘 맡아달라는 의미”라고 인사배경을 설명했다. 그만큼 그룹 내부의 기대가 큰 셈이다.
하지만 헤쳐나가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당장 신약개발과 그룹의 글로벌화가 숙제다. 면역항암제에 주력하고 있는 동아는 최근 5억2,500만달러 규모의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MerTK’를 글로벌 제약사 애브비의 자회사인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수출했다. 이 프로젝트를 포함해 당뇨병 등 신약 개발을 얼마나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명예회장으로 물러난 강신호 회장은 계속 출근하면서 경영자문 역할을 할 계획이다. 드링크제 ‘박카스’ 신화를 만들어낸 강 명예회장은 1952년 서울대 의대를 졸업하고 1959년 동아제약에 입사한 제약업계의 전설이다. 1981년 동아제약 회장 취임 이래 2013년 지주회사로 출범한 동아쏘시오그룹 회장 등을 지내며 그룹을 업계 선두 자리에 올려놓았다. 1987년 한국제약협회 회장 역임, 29~30대(2004~2007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활발한 대외 활동도 펼쳤다. 최근까지도 전경련 행사에 참석할 정도로 노익장을 과시해왔다. 그는 2일 그룹 시무식에도 참가해 “변화하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리더가 되지 않으면 동아의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며 “가슴 속에 점화된 불씨를 여러분이 가진 열정과 가능성으로 잘 키워 글로벌 동아를 만들어나가길 바란다”고 임직원을 독려했다.
동아쏘시오그룹의 관계자는 “여전히 아침 7시에 출근할 정도로 정정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출근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후배 경영인들에게 물려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