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中, 정부 나서 17조 AI시장 키우는데...삼성·LG만 바라보는 韓

CES서 美 압도한 中 인공지능 기술

화웨이 통합형 AI탑재 '슈퍼폰' 바이두 '자율주행기술' 공개

정부-기업 한몸 된 中, 4차 산업혁명 추격자 아닌 주인공으로

한국은 이제야 지원조직 만들고 추격 나서지만 이마저도 더뎌



지난해 CES 현장에서 중국의 스마트카 굴기를 맛봤던 한국 기업 관계자들은 올해도 중국의 ‘AI 굴기’가 이어지는 것을 목격하며 착잡한 심경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 현장의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한국 전시관에서는 과거 TV와 가전 신제품으로 CES 참관객을 놀라게 했던 혁신 분위기를 찾기 힘들다”며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에서 한국의 설 자리는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고 말했다.

◇CES 2017, 중국은 추격자 아닌 주인공=오는 5~8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CES 2017’ 현장에서 중국 기업들은 4차 산업혁명의 사실상 ‘주인공’이 된 모습이다. 그 면모는 CES 현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리처드 유 화웨이 최고경영자(CEO)는 개막일 기조연설을 통해 AI와 가상현실(VR), 스마트폰 등을 통합한 화웨이의 미래 전략을 발표한다. 화웨이는 이르면 2020년께 이른바 ‘슈퍼폰’으로 불리는 통합형 AI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드론·이동형로봇 같은 하드웨어 혁신도 중국 기업의 몫이다. 전기차 업계 다크호스인 패러데이퓨처는 양산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전기차의 콘셉트카를 공개한다. 세계 드론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DJI는 회피 능력과 이미지 인식 기능을 한 차원 끌어올린 팬텀 드론 신제품을 CES 현장에서 내놓는다. 올해 CES에 처음으로 참가하는 샤오미도 스마트폰 신제품과 스마트 드론 같은 제품을 공개하고 해외 진출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중국 정보기술(IT)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중국을 추격자로 여기는 나라는 한국뿐인 듯하다”며 “이미 대부분의 중국 기업은 한국을 경쟁자로 여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팔 걷고 나선 중국, 기업만 쳐다보는 한국=중국은 정부가 기업들의 혁신을 위한 정책적 지원을 적극 내세우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토대 기술로 여겨지는 AI의 경우 중국 정부는 ‘인터넷 플러스 AI 3년 액션 플랜’이라는 야심 찬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다. 오는 2018년까지 AI 연구개발(R&D), AI 기업 육성에 투자해 중국 AI 관련 산업을 1,000억위안(약 17조원) 규모로 키운다는 전략이다. 현지 시장조사기관인 아이리서치의 지난해 집계를 보면 중국 내 AI 스타트업은 100여곳에 이르는 상태다.

관련기사



‘중국판 우버’로 잘 알려진 중국의 디디추싱은 지난해 6월 73억달러(약 8조5,600억원)에 달하는 투자금을 유치하며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업체는 이중 상당액을 투자해 미국 실리콘밸리에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지능형 도로교통 시스템 개발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AI에 투자하는 중국의 주요 기업은 디디추싱뿐이 아니다. 중국 인터넷 기업 3인방인 알리바바·바이두·텐센트는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할 핵심 기술을 AI로 보고 치열한 기술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바이두가 ‘CES 2017’에서 보여줄 지능형 자율주행 시스템, 알리바바의 AI 비서가 그 성과물이다. 중국은 정부와 기업이 한덩어리로 AI 기술 개발을 밀어붙이면서 스마트홈·스마트카·로봇 등 AI 기반의 신산업에서 미국을 압도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한국은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AI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에 ‘지능정보사회추진단’이 조직되는 등 때늦은 추격에 나선 형편이다. 그나마 AI 기술 개발을 주도할 목적으로 지난해 10월 설립된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SK텔레콤·KT·네이버·한화생명이 30억원씩 출자한 연구소로 정부의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장병탁 서울대 교수는 “가뜩이나 한국은 AI 기술 연구를 위한 고급 인재마저 부족한데 정부의 지원은 더디기만 하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AI의 자체 개발을 위해 정부·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과감한 결단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라스베이거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이종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