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진 고려대 행정학과 명예교수는 저서 ‘한국의 대통령과 리더십’에서 역대 대통령의 콤플렉스가 어떻게 리더십으로 승화돼 대권까지 이어졌는지 흥미롭게 설명했다.
그는 저서에서 “어릴 적부터 가난의 한, 약자의 한, 서자의 한을 품고 자란 사람은 소외의 설움을 보상받기 위해 성취의 욕망을 키운다. 이 욕망이 권력의지와 결합하면 대권을 잉태했다”고 밝혔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역대 대통령들은 저마다 콤플렉스와 리더십 스타일을 갖고 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의 경우 양녕대군의 후예라는 우월의식과 가난한 현실의 박탈감이 얽히며 ‘가부장적 권위형’ 리더십을 완성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일본군 장교였다는 친일, 남로당 가담 경력 등으로 사상 콤플렉스를 갖고 있던 것으로 분석됐다. 김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의 콤플렉스를 보상받으려는 권력 동기가 유신독재의 시발점이 됐다고 봤다. 김 교수가 평가한 박 전 대통령의 리더십은 ‘교도적 기업가형’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복합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소유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상적·진보적이었던 김 전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의 신자유주의 처방을 받아들인 것을 ‘거래형 리더십’으로, 정적들을 포용한 것을 ‘관용의 리더십’으로, 작은 국정까지 직접 챙기는 모습을 ‘완벽주의 리더십’으로 표현했다. 다만 상대방의 의견을 수용하기보다는 자기주장을 주입하는 경향이 강해 ‘계몽적 설교형’의 특성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가진 ‘탈권위적·원칙주의 리더십’은 그에게 양날의 검이 됐다. 김 교수는 탈권위적인 모습에 대해 “대통령과 국민의 관계를 전근대적 수직형에서 근대적 수평형으로 바꿨다”고 평가하면서도 “스스로 희화적인 인물이 됐고 언제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 수 없는 불안한 리더십으로 비쳤다”고 지적했다. 원칙주의에 대해서는 “혼탁한 정치무대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지만 기회주의적으로 처신한 일이 없고 지역감정을 이용하지도 않았다”고 봤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독선’으로 이어진 것이 한계였다.
이 밖에 김 교수는 △전두환 전 대통령 ‘저돌적 해결사형’ △노태우 전 대통령 ‘소극적 상황 적응형’ △김영삼 전 대통령 ‘공격적 승부사형’ △이명박 전 대통령 ‘개척시대의 창업가형’으로 리더십 유형을 정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