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구조조정 삭풍이 분 지난해 회사채 발행 규모가 1년 전과 비교해 3분의1 가까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등과 맞물려 시장금리가 오름세를 보여 올해 회사채 시장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외 기업들은 총 25조2,81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33.56% 급감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드리운 지난 2009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20조원대로 떨어진 수치다. 회사채 발행액과 상환액의 차이인 순발행액을 보더라도 회사채 시장의 찬바람은 드러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2조4,910억원의 회사채가 순상환되며 2014년 이후 2년 만에 다시 순상환 기조로 돌아섰다.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가 대우조선해양이 2015년 하반기 3조원대 기록적 영업손실을 발표하면서 냉각된 후 지난해 더 나빠졌다는 얘기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기업의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되면서 신용 경계감이 확대됨에 따라 2015년 하반기 이후 순상환 기조가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우량기업들은 대부분 순조롭게 회사채를 찍었지만 신용등급 ‘AA-’와 ‘A+’인 일부 우량기업조차도 부분적인 미매각이 발생하거나 아예 발행을 철회하기도 했다. 급기야 금융당국은 회사채 시장 활성화 방안도 냈지만 투자심리의 냉각을 막지는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구조조정에 이미 나섰거나 혹은 임박한 조선·해운·철강·석유화학·건설 등 취약업종 이외의 업종에서도 회사채 발행액이 뒷걸음질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4분기 비취약업종 기업들은 회사채 1조8,000억원을 순상환했다. ‘동양사태’로 회사채 시장이 충격을 받았던 2012년 2·4분기(-1조8,000억원) 이후 4년 3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 같은 회사채 시장 위축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순상환 기조가 예상된다. 기업의 투자 수요가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오르는 추세다. 올해도 기관투자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함에 따른 ‘연초 효과’는 어김없이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마저도 시장금리의 상승(채권가격 하락) 기조 때문에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시장에서는 올해 회사채 발행액을 37조~43조원으로 예상하는 반면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43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AA급 이상이 24조원, A급 이하는 14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A급 이하 기업의 자금조달 사정은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상만 하나금융투자 자산분석실장은 “앞으로도 시장금리는 원화와 위안화 약세와 맞물려 꾸준히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며 대내외 정치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남아 있어 투자심리 회복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