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정책

'사드보복' 두얼굴의 中…野 의원은 만나고 정부 서한엔 묵묵부답

韓 정치권 활용한 여론전은 적극 나서지만

전세기 불허 관련 등 정부 문의엔 대응 안해

외교부, 추궈훙 中대사 초치…韓 입장 전달

0615A02 중국 사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를 놓고 한국에 강도 높은 ‘보복’ 조치를 내놓고 있는 중국의 이중적인 태도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야당 등 정치권을 상대로는 적극적인 여론전을 펼치면서도 당국 간 협의는 물론 우리 정부가 보낸 공개 서한에는 일절 대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일 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지난달 말 중국이 춘제(春節·설) 연휴인 1월27일부터 2월2일까지 중국인관광객(遊客·유커) 수송을 위해 한중 항공사가 신청한 부정기편 운항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중국 당국에 서한을 보냈지만 답신이 오지 않고 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주 초 중국 측에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지만 답이 없다”며 “1~2월 중국에서 한국으로 오는 부정기편이 전체 항공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밖에 안되지만 향후 중국에서 어떤 조처를 더 취할 수도 있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운항이 불허된 노선에 투입하려던 항공기를 다른 노선으로 돌려야 한다”며 “비단 우리 여행사와 숙박시설뿐 아니라 중국 여행사, 항공사 모두 피해를 보는 조치인데도 강행하는 중국을 보면서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중국 측이 우리 정부를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개최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 후 한중 실무진급 회의를 개최하려고 했지만 중국 측의 답이 없어 무산됐다. 지난 2014년에 이어 2015년에도 개최되는 등 정기 행사에 가까웠던 실무진급 회의를 중국 측이 일방적으로 보이콧 한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애초 국장급 행사인데 중국 측이 회의 개최에 모호한 태도를 보여 서훈택 항공정책실장이 직접 중국으로 가서 당국을 설득하려고 했지만 중국이 응하지 않았다”며 “두 나라의 항공교통량이 점차 증가하는 만큼 부정기 항로를 점차 정기편으로 바꾸는 얘기를 하려고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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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처럼 사드와 직접적인 연관성을 찾기 힘든 경제 문제에서도 강수를 두고 있는 중국 정부가 한국 정치권 등 야당을 만나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는 점이다. 송영길 의원을 비롯한 7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4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외교부 청사에서 쿵쉬안유 부장조리(차관보급)에 이어 왕이 외교부장과 사드 배치 등에 대해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방중 의원단은 한국행 전세기 운항 불허와 삼성SDI·LG화학 배터리에 대한 불이익 조치는 국민감정을 악화시킬 수 있으니 중단을 요구했고 중국 측은 ‘금한령’이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조치였음을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형진 외교부 차관보는 이날 오전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로 비공개로 불러 사드와 관련한 중국의 조치 등에 대해 우리 입장을 전달했다. 중국 측의 조치는 물론 최근 방중한 야당 의원들을 상대로 한 중국 측의 여론전을 염두에 둔 경고성 행보로 풀이된다. 또 조준혁 외교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주권적이고 자위적인 방어 조치”라며 “중국이 취하는 여러 조치에 대해 중국에 있는 우리 대사관, 영사관, 관계 부처, 관계 기관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서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고 범정부 차원의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희영기자, 세종=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박홍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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