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정치인 목소리만 두드러진 경제계 신년인사회

엊그제 열린 경제계 신년인사회가 10대 대기업 총수들이 모두 불참하는 바람에 맥빠진 행사로 마무리됐다는 소식이다. 삼성·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은 물론 다른 그룹 총수들도 막판까지 고심을 거듭하다 결국 참석하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10대 그룹 총수가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은 신년회는 이번이 처음이라니 최근 정국상황과 관련해 재계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하게 한다.


신년 인사회는 새해를 맞아 덕담을 나누면서 경제 활성화 방안을 모색하는 경제계 최대의 행사다. 이런 뜻깊은 자리마저 참석자가 예년보다 30%나 줄어들고 침울한 분위기로 일관했다는 것은 사면초가에 놓인 경제계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사실상 한국 경제를 주도하는 10대 그룹이지만 탄핵정국에 연루되면서 국정조사특위와 특검 수사로 인해 속수무책으로 궁지에 몰리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기업 일부가 논란의 중심에 서게 돼 국민들께 머리를 들기 어려울 정도로 송구스럽다”면서 성실한 기업인을 응원해달라고 읍소하는 데 머무르고 있을 뿐이다. 이런 와중에 여야 정치인들이 대거 신년회에 참석해 건배사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주객이 전도된 것이나 다름없다. 기업인들의 기를 북돋우는 자리인데 주인공은 쏙 빠지고 정치인들의 목소리만 들린다는 탄식까지 나올 정도다. 일각에서는 기업 재투자를 이끌어내려고 국민이 촛불을 들었다며 압박했다니 공당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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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울수록 정치인과 기업인들이 자주 만나 경제와 민생을 챙겨야 한다. 지금처럼 기업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몰아붙이는 행태는 문제 해결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야 지도부는 그래도 “경제 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적극 협력하겠다”며 경제 살리기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은 자유와 창의가 존중되는 경제질서를 만들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제대로 지켜지는지 두고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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