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피의자 등에 대한 첫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대한 증거 입증에 나선 검찰과 공소사실의 빈틈을 찾아 나선 최순실 변호인단의 날 선 공방전이 펼쳐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5일 열린 첫 정식 재판에서 최순실씨는 “억울한 부분이 많아서 (재판부가) 밝혀주길 바란다”고 말하며 모든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최씨를 비롯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인물들이 이날 처음으로 나란히 법의 심판대에 앉았다. 최씨 측은 대통령과의 공모 사실을 부인했고 안씨 측은 대통령의 업무적 지시사항을 따랐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씨 측 변호인은 이 사건의 촉매제가 된 태블릿PC에 대한 증거로서의 정당성에 대해 의구심을 나타내는 전략을 펼쳤다.
증거 조사에 앞서 “증거는 차고 넘친다”고 공언했던 검찰은 최씨의 진술 조서 등을 낱낱이 공개하며 혐의 입증에 자신을 보였다. 검찰은 7,000여장에 달하는 증거자료를 제시하며 미르·K스포츠재단이 청와대 주도로 졸속 설립된 점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는 데 주력했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 정동구 초대 회장이 창립총회 의사록에는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표시됐지만 사실상 업무차 해외에 체류했다는 증거를 내놓았다.
K스포츠재단의 설립 허가 문서 결재 정보도 공개했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이 신청 후 허가될 때까지 채 만 하루가 걸리지 않은 걸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르재단 설립 논의 차 열린 청와대 회의에서 “창립총회 의사록 같은 것은 형식적으로 만들어도 되니 허위 총회 의사록을 만들라”는 지시를 받았다는 전경련 직원의 진술도 공개했다. 미르재단이 기업들 항의를 받고 지정 기부금 단체로 지정받기 위해 정관 변경을 신청한 내역, 기부받은 돈을 기본재산에서 보통재산으로 돌리기 위해 또다시 정관 변경을 신청한 내역 등도 제시했다.
미르재단 설립 후 각 기업에 보낸 출연금 납부 독촉 공문도 공개했다.
검찰은 압수수색에 대응해 증거인멸 방안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문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 전 수석의 자택에서 발견된 이 문건에는 휴대폰 파기시 액정 우측 상단 3분의1 지점을 집중 타격해 완전히 분쇄할 정도로 부숴버리거나 전자레인지에 돌려 물리적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었다. 또 “최근 검찰의 압수수색은 선물을 확보해 뇌물죄 적용 방안에 쓰고 있다”며 “문제가 될 만한 사진이나 명함집·물품은 모두 폐기해야 한다”고 명시하는 등 검찰 수사 핵심 정보도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