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트럼프, 외국기업까지 간섭…한국에도 불똥

"美공장 짓든지 세금 많이 내라"

도요타에 고강도 압박 나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멕시코 투자기업 때리기’의 불똥이 미국을 넘어 외국 기업인 도요타자동차로 옮겨붙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경영 간섭이 외국 기업에까지 미치면서 우리 산업계에서는 미국의 일자리 보호를 앞세운 그의 화살이 한국 기업들을 향할 수 있다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5일(현지시간) 트위터에서 “도요타자동차가 멕시코 바하(바하칼리포르니아)주에 공장을 짓고 미국에 팔 ‘코롤라’를 만들겠다고 말했다”며 “있을 수 없는 일! 공장을 미국에 짓든지 높은 국경세를 내라”고 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동안 트위터상에서 미국 주요 자동차 업체인 포드자동차와 제너럴모터스(GM)의 멕시코 투자계획을 맹비난하며 공세를 퍼부어왔으며 지난 3일에는 결국 포드의 멕시코 공장 신설 철회를 끌어냈다. 하지만 그의 트위터 공격 대상으로 외국 기업의 이름이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트럼프 당선인이 다른 나라와의 외교마찰까지 불사하면서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정 기업에 직접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방침은 또한 국경세를 부가가치세 같은 간접세로 제한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 논란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차기 트럼프 행정부와 돈독한 관계 구축에 힘써온 일본은 이번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내의 일이므로 할 말이 없다”면서도 “도요타가 미국에서 만드는 차량이 어느 정도인지가 미국의 차기 대통령 머릿속에 들어 있는지 의문”이라고 속내를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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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들도 조심스럽게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에 대해 입장을 표현하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도요타자동차는 이날 성명을 발표해 “미국에서의 생산량과 고용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라고 트럼프 당선인에게 호소했다. 독일 자동차 업체 다임러와 올해부터 멕시코 공장 공동 가동을 시작할 예정인 닛산자동차의 카를로스 곤 최고경영자(CEO)는 “기업들이 미국에 더 투자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을 내리게 하기 위해서라도 차기 행정부는 공식적인 원칙과 일관된 입장을 보여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을 대표하는 전자업체 소니의 히라이 가즈오 사장도 “사람·물건·돈·정보는 제한 없이 자유로운 형태로 유통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런 메시지를 트럼프 차기 미 대통령뿐 아니라 각국 지도자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나프타 무관세 혜택을 등에 업고 멕시코 생산물량을 미국에 수출하는 한국 기업들도 도요타자동차의 대응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미 대선 2개월 전인 지난해 9월에 멕시코 누에보레온주에 연 40만대 생산 규모의 기아차 공장을 준공한 현대차그룹은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칼럼에서 “미국은 기아차에 두 번째로 큰 시장”이라며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의 관심을 벗어나 아시아와 멕시코 공장에서 이 수요를 맞출 수 있겠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TV와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북미 수출물량을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자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미국 현지 공장 설립과 관련해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것은 없지만 깊은 관심을 두고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유진·김현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

연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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