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시장도 놀랐다.’
삼성전자가 갤럭시노트7 발화와 단종의 시련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지난해 4·4분기 영업이익은 9조2,000억원에 달했다. 지난 2013년 3·4분기 역대 최고였던 10조1,600억원 이후 13분기 만에 9조원대로 복귀했다. 시장의 예상을 1조원 이상 크게 웃도는 호실적으로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V자’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6일 발표한 2016년 4·4분기 잠정실적(가이던스)을 보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조원과 9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동기(6조1,400억원) 대비 49.8% 늘었고 전 분기(5조2,000억원)보다는 77%나 급증했다. 2013년 3·4분기와 같은 해 2·4분기(9조5,300억원)에 이어 분기 영업이익으로는 역대 3위에 해당한다. 반도체에서만도 4조7,000억원 수준의 이익을 냈다. 갤럭시노트7 단종에 따른 기회손실(약 2조원)이 없었다면 4·4분기에 11조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현 추세라면 올 1·4분기에는 10조 영업이익 시대가 확실시된다.
실적호전 소식에도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오히려 차분했다. 그룹 고위층에 대한 특검 수사가 진행 중이기도 하지만 이익에 취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임직원들 스스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고위관계자는 “국내외 경영여건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어 호실적에 호들갑을 떨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탄핵정국에 인사도 못하고 있지 않으냐. 2013년에 최대 실적을 기록한 후 방심하다가 2014년 3·4분기 ‘갤럭시S5’의 부진으로 이익이 곤두박질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며 “호실적에 취해 샴페인을 터뜨리기보다 신발 끈을 다시 고쳐 매야 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말했다.
삼성 안팎에서는 △차세대 성장동력을 위한 적기투자와 인수합병(M&A)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구조 개선 △미래형 사업 개편 등 3대 혁신전략을 정밀하게 가다듬지 않을 경우 언제든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이 ‘슈퍼 호황’을 구가하고 있지만 언제든 꺾일 수 있고 상반기 출시될 갤럭시S8을 비롯한 후속 작품들의 혁신속도가 조금이라도 늦어질 경우 이익이 금세 반토막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의 한 전직 사장은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 등 4차 산업혁명의 기류를 따라잡기 위한 광범위한 M&A와 짝짓기 작업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