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축구 굴기(일으켜 세움)가 기로에 섰다.
중국은 “중국 축구를 세계 최고로 만들고 싶다”는 지난 2015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선언 후 세계 축구 팬들 사이에 화제의 중심에 놓였다. 막대한 자금력이 그 바탕이었다. 2년간 중국 프로축구팀이 선수 영입에 쓴 돈은 수억 달러에 이른다. 유럽 빅리그 출신이기는 해도 전성기를 지난 선수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에는 20~30대 초반의 전성기 선수들도 중국 이적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투자의 규모가 커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적한 카를로스 테베스가 상하이 선화에서 1주일에 받는 돈은 세계 최고인 9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하이 상강은 첼시 출신 오스카르를 데려가며 이적료로 750억원을 지불했고 모 구단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 연봉 1,200억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 축구의 ‘황사머니’는 세계 축구계에 화제를 뿌리는 데는 성공했지만 국제 이적시장의 질서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눈총도 함께 받고 있다는 해외 주요 외신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축구 전문가의 말을 빌려 “중국 축구 발전계획의 가장 큰 문제는 쇼터미즘(short-termism·단기실적주의)”이라고 지적했고 중국 최대 관영 일간지 인민일보는 “무분별한 선수 영입이 축구계에 혼란을 일으키고 거품을 조장한다”고 보도했다.
이에 중국 국가체육총국은 6일 외국인 선수에 대한 구단의 과도한 지출과 그에 따른 유소년팀 관리 소홀을 지적하며 이적료·연봉 상한제 도입, 자국 선수 의무 기용 등을 추진 또는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 세대가 지나기 전에 월드컵에서 우승한다는 시 주석의 원대한 목표 아래 중국은 투트랙 전략으로 축구 발전에 매달려왔다. 자국 리그의 경쟁력 강화와 저변 확대다. 그러나 전자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 유소년 육성 등 저변 확대에 소홀하다는 비판이 커지고 대응책 마련이 불가피해졌다.
광둥성 칭위안에 2012년 문을 연 에버그란데 축구학교는 48개 축구장에 학생만 2,800여명에 이르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그러나 1년 등록금이 8,700달러(약 1,000만원)에 달해 아무나 보낼 수 없는 곳이다. 중국은 2015년 기준 5,000개인 전국의 축구학교를 2025년까지 5만개 수준으로 늘리고 1만1,000개인 축구장 수는 3년 안에 7만개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렇게 해서 13억 인구 중 5,000만명이 정기적으로 축구를 즐기는 사회를 만들고 제2의 호날두, 리오넬 메시도 키워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각 구단이 해외 유명선수 영입에만 몰두하는 이상 유망주 발굴을 위한 교육의 질은 발전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이적시장에서 쓰는 돈을 조금씩만 줄여도 축구학교 등록금이 정상화되고 더 수준 높은 유소년 코치도 데려올 수 있다는 게 축구 꿈나무를 둔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이적시장 자료를 제공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TMS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슈퍼리그 전체 16개 팀이 이적시장에서 쓴 돈은 3억달러(약 3,500억원)에 이른다. 최고 인기 리그라는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약 3배 수준. 이 금액은 올해 훨씬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외국인 선수가 많아지면 국내 선수가 설 자리를 잃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유망주들을 애써 키워놓아도 프로에서 자리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은 날로 악화하고 있다. 국가대표팀 전력 강화가 요원한 이유다. 중국슈퍼리그의 한 팬은 “리그 수준이 높아지려면 수십 년은 더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해외 유명선수를 얼마나 데려오느냐가 문제가 아니라 리그 전반에 퍼진 부정부패조차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며 또 다른 문제를 제기했다.
한편 FIFA랭킹 82위의 중국은 2018러시아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2무3패로 조 최하위에 처져 있어 월드컵 본선 진출이 불투명하고 1999년 월드컵에서 준우승한 여자축구 또한 랭킹 13위까지 떨어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