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행장 경선이 본격화된 가운데 전·현직 임원들의 출사표가 잇따르고 있다. 줄잡아 7~8명에 달하는 내부 후보들이 레이스에 참여해 접전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여전히 이광구 현 행장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과점주주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현직 프리미엄’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방침이어서 결과를 점치기 힘든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차기 행장 경선에 이광구 행장을 비롯해 전·현직 임원 8명가량이 사실상 출사표를 던졌다. 지원 마감은 11일 정오까지다.
임추위는 국가적으로 조기 대선과 미국 금리 인상 등 복잡한 이슈들이 산적한 만큼 능력과 자질을 기준으로 정치권의 외풍에도 흔들림 없는 후보를 행장으로 선출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임추위는 차기 행장 선출시 옛 상업·한일은행 등 조직 내 갈등 봉합과 정부 소유 기간 중 쌓인 부정적 조직 문화를 개선할 역량에 가산점을 준다는 방침도 정했다. 임추위의 한 사외이사는 “이번 차기 행장 선출에서는 어떤 프리미엄도 없이 재임 당시의 업적과 향후 경영에 필요한 역량만으로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임추위의 이 같은 입장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전·현직 잠룡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전직 임원 가운데 4명 이상, 현직에서도 3~4명의 도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인 만큼 한일은행 출신 임원들의 도전이 거셀 것으로 관측된다.
현직 임원 중 출사표를 던진 인사는 이광구 행장을 포함해 3~4명이 거론된다. 이 행장은 16년 만에 성공한 우리은행 민영화를 비롯해 지난해 대기업 구조조정의 혼란 속에서도 여신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며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려 연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2014년 수석부행장을 역임했던 이동건 부행장(영업지원 그룹장)은 한일은행 입행이어서 출신 은행 안배를 고려했을 때 유리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역시 한일은행 출신인 정화영 우리은행 중국법인장도 경선 참여를 저울질하고 있으며 남기명·손태승 부행장도 역량을 갖춘 내부 후보로 거론된다.
전직 임원 가운데서는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이 눈에 띈다. 지난해 3월까지 우리금융 전략담당 부사장으로 조직에 몸담았으며 2014년 당시 행장 레이스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우리은행의 대표적인 전략·재무통이다. 김양진 BC카드 감사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2011년 수석부행장을 하면서 조직 전반을 총괄했던 경험을 갖췄고 1999년 합병 시 초대 노조위원장으로 은행 내의 친화력과 소통에 강점을 지녔다는 평가다.
우리은행 부행장 출신의 김병효 전 우리PE 대표와 윤상구 전 부행장도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김 전 대표는 다른 후보들과 달리 영업통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한편 윤 전 부행장의 경우 퇴임 시기가 2011년 6월이어서 임추위가 정한 ‘최근 5년 내 근무한 전·현직 임원’이라는 자격에서 벗어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임추위는 영업 공백 최소화를 위해 차기 행장 선정 작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오는 11일 서류 마감 이후 평판조회 등을 통해 이르면 13~17일 면접 대상자가 선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후 면접을 실시해 이번달 내에 사실상 후보 윤곽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홍우·김보리기자 bor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