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계 대형 투자은행(IB)인 메릴린치 출신 A씨가 삼성증권(016360) IB본부 임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앞서 지난해 말에는 말레이시아계 증권사인 CIMB 증권 인수합병(M&A) 담당이던 고재철 상무가 삼일회계법인에 새롭게 둥지를 텄다. 이 밖에도 적지 않은 외국계 증권사 출신 임직원들이 국내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으로의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한 대형 증권사의 IB 부문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갑자기 외국계 증권사의 임직원들이 보내온 연하장과 안부 전화가 폭주한다”며 “이직을 대비한 인사치레 아니겠냐”고 말했다.
과거 높은 몸값을 뽐내며 잘 나가던 외국계 증권사 출신이 국내 증권사로 다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지난해부터 본격화된 대규모 구조조정의 영향 때문이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수년간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시장의 수익성이 악화 되면서 해외사업 축소와 철수 등을 고민중이다. 지난해 초 영국계 대형 IB인 바클레이스가 한국 철수를 선언한 데 이어 4월에는 싱가포르 BOS증권도 한국에서 짐을 쌌다. 골드만삭스와 메릴린치, 도이치, UBS, BNP파리바증권 등 외국계 대형 증권사들도 지난해 한국지점 직원 수를 앞다퉈 줄여나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9월 말 120명에 육박하던 도이치증권 한국지점의 임직원 수는 2년 만에 101명으로 줄었고, BNP파리바증권은 2년 새 20명 가까이 인원이 급감했다. 국내 증권사의 IB 담당 임원은 “불과 10년 전만 해도 딜이 한 건 성사될 때마다 이름을 알린 직원들을 외국계 증권사에서 스카우트해갔다”며 “당시 한 달에 한 번 꼴로 외국계 증권사로 이직하는 직원들을 위한 송별회를 열던 모습과 비교하면 정말 격세지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