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美정보당국 "러시아, 美 대선 개입 확실"…트럼프는 모르쇠

푸틴 지시로 민주당 DNC 해킹

클린턴 비난 여론 확산 등 주도

기밀해제 보고서 美 의회 제출

트럼프 "선거영향 증거 없다" 무시

오바마 "푸틴 신뢰 말아야" 경고

0915A12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수정1




미국 정보기관들이 러시아의 미국 대통령선거 개입 배후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직접 지목했다. 정보기관들은 보고서에서 푸틴 대통령의 직접 지시로 러시아 정부가 가용 수단을 동원해 미국 대선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명시했다. 푸틴 대통령이 미 대선 개입 해킹 사건의 배후로 적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굳어지는 와중에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친러 발언을 이어가 논란은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외신들은 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국가정보국(DNI)이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를 이날 미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고서는 “우리는 푸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대선을 겨냥한 작전을 지시했다고 강한 확신을 갖고 평가한다”며 “러시아의 목표는 미국의 민주화 과정에 대한 대중의 믿음을 훼손하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헐뜯어 그의 대통령 선출 가능성과 잠재적 대통령직에 손상을 입히는 것이었다”고 언급했다.


이어 “우리는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당선인에 대해 분명한 선호를 드러냈다고 평가한다”며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에게 비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온 클린턴의 신뢰도를 떨어뜨림으로써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을 돕기를 열망했다”고도 강조했다. 러시아가 반(反)클린턴 입장을 나타낸 것은 지난 2011년 러시아 내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그가 푸틴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한 일이 계기가 됐다고 추정됐다. 러시아의 동기는 정치적이면서도 개인적이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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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를 통해 드러난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활동은 크게 네 가지다. 러시아 정보기관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주요 인사 등의 e메일을 해킹하고 당내 민감한 정보가 담긴 e메일 내용을 폭로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전달했다. 이는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최대 약점으로 꼽혔던 개인 e메일 계정 사용 논란에 불을 지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클린턴 전 국무장관에 대한 악성 댓글을 달아 여론을 조작하는 공작도 벌인 것으로 파악했다. 또 러시아 관영 뉴스채널인 러시아투데이(RT)도 클린턴 관련 스캔들을 확산하는 데 동원됐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다만 미 정보기관들은 러시아가 실제 투표집계기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개표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은 내지 않았다.

러시아의 대선 개입을 기정사실화한 보고서가 공개됐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을 향한 의혹을 무시하며 오히려 “해킹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정보기관이 매우 강력히 밝혔다”고 강조했다. 그는 7일 오전 트위터에 “민주당 전국위원회의 중과실로 해킹이 발생했다. 공화당 전국위원회(RNC)는 강력히 방어했다!”며 선거개입 논란의 핵심을 흐렸다. 또 그는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는 것은 좋은 일이지 나쁜 일은 아니다. 어리석은 이들이나 바보들만 그게 나쁘다고 생각한다!”며 취임 이후의 친러 행보를 거듭 예고했다.

한편 오는 20일 퇴임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남겼다. 6일 보도된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진실은 러시아가 개입하려 의도했으며 개입을 했다는 것”이라며 “(미국인인) 우리는 우리가 같은 팀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푸틴은 우리 팀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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