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새공연-뮤지컬 ‘더 언더독’]버림받은 유기견 이야기서 버려진 사람들의 아픔이...



결국엔 사람 이야기다. 무대 위에 펼쳐지는 유기견의 비참한 삶과 아픔은 쓰임을 다한 뒤 나이 들고 병들어 버려진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바 없다. 뮤지컬 ‘더 언더독’이 유독 아린 메시지로 와 닿는 이유다.

TV 동물 프로그램을 모티브로 만든 창작 뮤지컬 ‘더 언더독’은 유기견 보호소를 배경으로 버림받은 존재의 아픔을 그려냈다. 부상 탓에 폐기 처분된 군견 ‘중사’, 개공장에서 태어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기억을 잃은 모견 ‘마티’, 눈이 멀어 주인과 이별한 맹인 안내견 ‘할배’… 강아지들은 보호소를 길 잃은 자들이 잠시 머무는 곳으로 생각하며 이곳의 규율을 지키며 살다 보면 곧 새 주인을 만나 행복해질 것이라는 꿈을 꾼다. 저마다의 사연에 귀 기울이고 있노라면 극의 배경인 유기견 보호소가 아닌, 기능을 다 해 밀려나고 내몰리는 인간사회가 떠오른다.

“선택의 주인공은 내가 되어야 한다”고 노래하는 강아지들의 모습은 뮤지컬 ‘캣츠’에서 환생할 고양이를 뽑는 ‘젤리클 축제’를 연상케 한다. 그러나 주인공인 진돗개 ‘진’의 등장으로 이야기는 이내 ‘잔혹극’으로 방향을 틀고 질주한다. 살기 위해 상대를 물어뜯고 죽여야 했던 투견장 출신의 진은 보호소에 의심을 품고, 선택받은 개가 향하는 곳이 새 주인의 따뜻한 품이 아닌, 서늘한 안락사 침대임을 알아낸다.



유기견을 주인공으로 한 다소 낯선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드라마보다도 메시지 전달이 명확하다. 의상이나 신발 같은 소품으로 개의 특징을 표현할 뿐, 동물 외모나 행동을 묘사하는 장면이 없어 등장인물로의 감정이입이 어색하지 않다.


공연 시작과 함께 투사되는 짧은 영상 역시 강렬하다. 개의 시선을 따라 움직이는 앵글은 음식물 쓰레기를 뒤지고, 사람에게 발로 차이고, 이곳저곳 도망가다 사람 손에 어디론가 끌려가는 과정을 보여주며 유기견이 매 순간 직면했던 공포와 아픔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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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주인과 행복하게 살고 싶었던 개들의 아픔은 호소력 짙은 25곡의 넘버 안에 녹아들었다. 여기에 김준현·김법래 등 대형 뮤지컬에서 주로 만나왔던 배우들의 풍부한 성량이 중극장 무대를 강한 울림으로 가득 채운다. “내가 살려면 네가 죽어야 해”, “뜨거운 심장 바쳤던 나의 지난날로 다시 돌아가고 싶어”, “묻고 싶어 우리한테 왜 이러느냐고” 등 한 마디 한 마디 비수처럼 내리꽂는 대사와 가사도 인상적이다.

사진=스토리피

송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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