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소니·파나소닉, 혁신제품으로 대반격...한국은 '미투' 되레 심해져

■ CES 2017이 남긴 것

가전·배터리·전장 전 영역서

미래형 제품으로 탄성 자아내

샤오미·화웨이 등 中 기업도

가격대비 높은성능으로 무장

한국은 완벽한 신제품 없어

"혁신제품 고민 강화를" 지적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진행된 혁신경연장 ‘CES 2017’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방문한 곳은 한국 기업들의 전시관이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전시관은 규모만큼이나 세계 각국 취재진과 업계 관계자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하지만 ‘와우’라는 탄성이 가장 많이 터진 곳은 일본 기업 전시장이었다. 완벽하게 부활에 성공한 소니와 가전부터 배터리, 자동차 전장사업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파나소닉은 한국 기업들을 긴장시키기에 충분했다. 여기에 샤오미·화웨이·하이얼·TCL 등 가격 대비 성능비로 무장한 중국 기업들의 약진도 눈부셨다. 한국 가전사업이 사실상 일본과 중국 사이에 끼여 고전할 것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힘들었다.

지난 5일(현지시간) 공식 개막해 8일 폐막한 올해 CES에서 국내 가전기업들의 전시품목 가운데 혁신제품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나마 LG전자가 공개한 3.8㎜ 두께의 초슬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올레드) W TV나 로봇 제품 정도가 눈길을 끌었다.

일본 업체 전시관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양산형 제품과 미래 가전제품에 대해 명확한 방향성이 있었다.


소니가 대표적이다. 양산형 제품으로는 올해 CES에서 처음 공개한 브라비아 올레드 TV가 있었다. 별도의 스피커가 필요 없고 TV 패널이 스피커 역할을 했다.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한 크리스털 사운드 올레드(CSO) 패널을 LG전자보다 먼저 사용했다. 4K 울트라 HD 블루레이 플레이어 및 사운드바 등도 눈길을 끌었다. 미래형 제품으로는 고도의 음성인식 기술을 반영한 허브로봇 엑스페리아 에이전트나 벽이나 책상을 터치 디스플레이로 바꿔주는 IoT 허브빔 프로젝터가 눈길을 끌었다. 라이프스페이스 UX로 명명된 공간에서는 소니가 생각하는 미래의 방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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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소닉 역시 혁신제품이 많았다. 미래 스마트홈에서 창문인 줄 알았던 투명한 유리를 터치하자 TV로 변신했다. 투명 디스플레이는 와인셀러나 주방 찬장 문에도 적용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바탕으로 각종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증강현실(AR) 기술이 접목된 스포츠 스크린은 경기장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했다. 미래 주방에서는 식탁 위 접시에 음식을 담은 뒤 뚜껑을 닫으면 식탁이 자동으로 보온 기능을 시작했다. 주방에서 요리를 하는 아일랜드는 냄비를 올려놓자 인덕션으로 변신했다. 크라이슬러와 함께 개발한 자율주행차 포탈이나 미래 스마트시티의 인프라 구상, 차세대 전기차용 배터리팩 기술 등도 인상적이었다.

중국 기업들의 약진도 눈부셨다. 가격 대비 성능비 최고로 평가받는 샤오미는 101달러(약 12만원)에 성능까지 우수한 공기청정기부터 58달러(약 6만원)의 디지털 혈압측정기, 체중계와 밥솥·TV 등 구매욕을 자극하는 제품이 많았다. 화웨이의 스마트폰은 300달러 전후의 저렴한 가격에도 얼굴인식 기능 등 최신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다. 디자인 면에서도 포르쉐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였다. 알리바바가 CES에 전시한 냉장고는 그중 백미였다. 양쪽 문에는 각각 대형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다. 냉장고 앞에서 메뉴를 선택하면 3D카메라가 사람의 키와 체형을 스캔해 현재 몸무게 수준과 체성분 상태, 추천식단과 재료, 조리법, 운동방법까지 안내해준다. 부족한 재료는 알리바바의 온라인쇼핑몰 ‘T몰’을 통해 바로 주문이 가능하다. 알리바바는 또 ‘스마일 투 페이’라는 안면인식 결제 시스템을 소개했다. 별도의 신용카드 없이도 센서에 얼굴만 보여주면 2초 정도 만에 결제가 완료된다. 중국에서는 해당 서비스가 오는 3월부터 상용화된다. 하이얼은 이번에 국내 기업들이 주력으로 선보인 분리 세탁기를 내놓았다. 1년 전과 달라진 점은 동시탈수 기능까지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나 LG전자의 ‘인스타뷰’처럼 냉장고에 디스플레이가 붙은 제품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한국 기업들은 올해 미투 상품(시장에서 인기가 있거나 경쟁사 제품을 모방한 것)의 경향이 더욱 심해졌다. 삼성전자의 분리세탁이 가능한 플렉스 세탁기는 LG전자 트윈워시의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같이 보였다. LG전자의 냉장고 신제품은 삼성전자의 패밀리허브와 엇비슷했다. 그나마 TV 부문에서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올해 삼성과 LG는 또다시 올레드와 퀀텀닷을 두고 자발광 패널인지 아닌지, 화질은 어느 것이 더 우수한지에 매달렸다. 협업이나 혁신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가전의 모습을 선보이지는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아날로그 원천기술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 기업들은 명확한 방향성에 따라 큰 그림을 그리는 반면 국내 기업들은 주로 당장 판매할 제품들의 전시가 많았다”며 “혁신제품에 대한 고민을 더욱 강화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강도원기자 theone@sedaily.com

강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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